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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님의 퇴직인사

by 구십

최근 팀장님이 퇴사하셨다. 소속 구성원의 퇴사가 아닌 팀장의 퇴사라니. 이런 걸 겪을 줄은 몰랐다. 팀장님은 일종의 관련 직종의 새로운 팀장 자리로 가셨다. 그곳에서 새로운 팀을 꾸리고 새로운 일들을 하실 거라 했다.


생각해 보면 좋은 점도 싫은 점도 있었다. 화를 내지 않거나, 어쨌든 좋은 시선으로 바라봐준다는 점은 회사를 다니며 좋았다. 또 그분의 기준이 성취에 있다는 점도 좋았던 것 같다. 무언가 배우는 걸 좋아하고 새로운 걸 좋아했기에, 반복적인 일보다는 성취가 있는 일을 하는데 좀 더 방점이 실렸다. 그래서 내가 무언가 하고 있는 걸 나쁘지 않은 시선으로 보았었다. 특히 최근엔 나는 로스쿨 준비와 강의하는 일이 알려져 회사 내에선 안좋게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그러나 팀장님은 이런 시도를 잘하고 있는 것으로 바라봐주었다. 그런 점은 참 좋았던 것 같다.


물론 이직을 하기 전 몇 개월은 본인업무인 관리 업무에서 손을 어느 정도 놓았었다. 그 점은 참 다니면서 별로라 생각했는데, 막상 간다고 하니 이전에 느꼈던 감정만큼은 싫지는 않았다.


마지막날은 각 방을 돌며, 각자에게 인사를 하였다. 다른 친구들에게는 일을 던지고 가서 미안하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나는 그분께 마지막 선물을 드렸고, 그런 나에게 팀장님이 작별인사를 했다.


팀장님은 본인의 이야기를 짧게나마 했다. 여기까지 오면서 본인은 노력하지 않은 적은 없었다고 했다. 예전에 회사에서도 노력했더니 여기 좋은 자리에서 이직제안이 왔고 여기에서도 열심히 살았더니 또 좋은 기회가 왔다고 했다. 그리고 나에게도 열심히 살다 보면 기회가 올 거라고 열심히 살아보라는 말을 남겼다. 팀장님은 이런저런 단점은 있었지만, 노력하는 사람은 맞았다. 매일 10시 전엔 퇴근한 적이 없고, 주말도 이틀 중 하루는 평소와 같이 출근하는 걸 봤었다. 그런 그가 이런 메시지를 남기다니. 울림이 있었다.


한 때는 팀장님을 보며, 현재의 위치가 그리 멋있지는 않다고 생각했었다. 내가 이곳에서 노력해서 가는 자리가 저곳이라면 생각보단 대가가 적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번 팀장님의 이직을 보며, 이곳에서의 노력이 마냥 헛되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떠나간 그에게는 작은 축하를 멀리서 다시 보내며, 남아있는 나는 그의 말처럼 다가올 기회를 위해 오늘도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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