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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가 있어 좋다

by 구십

어젠 작은 어머니의 장례식이 있었다. 원래부터 암으로 투병하던 작은 어머니 어제 돌아가셨다고 했다. 사실 작은 어머니는 작은 아빠와 이혼을 하셨기에 그분의 장례식을 갈까도 고민했지만, 한 때는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있었다는 것과 아직까지도 연락을 하는 사촌 동생이 아른 거려 그래도 가보기로 했다.


장례식장은 내가 갔던 어떤 곳 보다 작았다. 그리고 장례식장에 나오는 화면에 작은 어머니의 사진 밑에는 사촌동생 두 명의 이름만 덩그러니 적혀있었다. 원래 그런 것인가 하고 옆화면을 보니, 다른 곳에는 돌아가신 분의 남편 자식 등등 그분들의 가족의 이름이 더 적혀있었다. 상대적으로 작은 어머니의 화면이 더 비어 보였다.


장례식장에 가 절을 하고 자리에 앉았다. 시촌동생이 날 맞이해 주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였다. 원래 암투병 중이셨지만, 돌아가시는 건 남은 이들에게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다가온 듯했다. 사촌동생은 그 얘기를 하는 중에도 울고 있었다.


여태 장례식을 가면 절차들을 어른들이 처리하는 것만 보았다. 그곳에서는 남은 두 사촌동생들이 직접 처리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낯설게 느껴졌다. 그리고 생각이 들었다. 형제가 아닌 혼자였다면, 부모를 잃은 슬픔과 함께 그런 절차를 처리하는 게 꽤 어려웠을 것 같다고. 그리고 그 동생들을 보면서, 세상에 덩그러니 남겨진 것 같은 느낌이 전해져 왔다. 글로는 참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세상에 혼자 있는 느낌이라고 많이 읽었었는데, 직접 보니 그 느낌이 너무 외로웠다.


잠시의 인사를 마치고 조금의 시간을 보낸 뒤 그곳을 떠났다. 타인의 좋지 못한 일을 통해 나를 돌아보는 건 좋지 못한 일이긴 하지만, 이번에 가족이란 매일 싸우더라도 얼마나 가깝고 의지가 되는 존재였는가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돌아가는 길에 동생에게 연락을 하였다. 괜히 안부가 묻고 싶었다 어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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