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트리스 게임을 하다 보면 빈틈없이 블럭을 짜맞추는 것의 중요성을 알게 된다. 블럭을 얼기설기 쌓다보면 쌓여진 것들에 빈 칸이 많이 있는 것을 알게 된다.
우리 삶에서의 빈 칸을 휴식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휴식마저도 하나의 블럭이라서 필요한 만큼 쉬어야 한다고 본다면, 빈 칸은 의미없이 날아간 시간이라고 볼 수 있다. 블럭이 많이 쏟아질 때 정해진 공간에 최대한 빈 칸을 적게 하고 블럭을 채우려고 한다면, 결국 계획을 세워야 했다.
난 계획적이지 않은 성향인 P라서, 모든 일일을 그날의 임기응변으로 처리하곤 했다. 그날 날아오는 리마인더나, 내가 할 일이라고 대강 정해놓은 달력 내에서 할 일의 종류를 선택하고 일을 처리하였다. 내게 계획이란 수능 공부할 때나 작성하던 것이고, 이제는 그 정도로 해야하냐는 생각이 알게 모르게 있었다.
회사 일만을 할 때는 그런 성향으로 살아도 큰 문제는 없었다. 회사 일만으론 삶이 넘칠정도는 아니었던 것도 있었겠지만, 회사는 그런 나의 성향에도 불구하고 부족함을 채워줄 시스템이 있었다. 기일이 관리되어 제공되는 프로그램이 있어 그걸 보면 자연스레 대강의 계획이 세워졌고, 업무 프로세스가 있어, 그걸 따라가면 자연스레 계획적인 일처리 비슷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회사는 내가 만든 문서를 한 번 더 검토하기에 문서의 퀄리티가 보장되었다.
그렇지만 회사가 아닌 일종의 프리랜서로서의 일은 계획이 필요했다. 그리고 계획은 단순히 일정에 있어서의 계획뿐만 아니라 내가 만들어내는 상품의 퀄리티를 맞추기 위한 계획이 필요했다. 최소의 품질을 맞춘 강의를 제공하기 위해선 커리큘럼을 짜고 그 안에서 오늘 내가 하는 강의가 어디여서 앞으로 어떤 것과 연결할 것인지를 먼저 고민해야 했다. 매번의 강의는 유사한 포맷을 가지고 만들어져 듣는 사람인 받아들이기 편하면서 나도 준비하기에 어느 강의 하나가 떨어지지 않는 최소한을 만족하도록 해야 했다.
지금의 상황만이 아닌 조금 더 큰 그림을 보고 일을 수행하는 게 계획이라고 한다면, 일을 잘하기 위해선 계획은 더 이상 성향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조금씩 뭔가를 체계화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일정도 일하는 방식도 더 규칙적이게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