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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을 지키는 것의 필요성

by 구십

최근 밤에도 헬스를 하고 있다. 원래는 점심에 헬스를 하였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단 느낌이 들어서였다. 집 근처에 헬스장을 등록한 지는 한 달이 채 안된다. 처음엔 헬스장을 가는 게 어렵지 않았다. 뭐든 처음 할 때는 의욕이 있으니까, 이것도 그런 일종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어제는 밤에 헬스를 가는 길에 집을 너무 가고 싶었다.


내가 보통 밤에 헬스를 가는 시간은 열한 시 근처다. 이전까지는 다른 일정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들렀다 가려면 시간이 그때 밖에 안되었다. 어제도 본업을 마치고, 학원에서 수업한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학원에서 계속하여 긴장했더니, 집에 가서 오늘만 힐링할까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 집에 가는 길에, 불현듯 오늘 헬스장을 가지 않으면 내일도 가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 순간의 나의 선택은 나를 만들고, 다음 행동의 기준이 된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결국은 헬스장을 가는 걸로 선택을 했다.


막상 헬스장을 가니 조금 피곤해도 운동을 할 수 있었다. 심지어 그 늦은 시간에 꽤 많은 사람이 열심히 운동하고 있었다. 그 에너지 덕분에 계획된 운동을 다하고 나왔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내가 오늘 집으로 곧바로 갔다면, 헬스장을 들르지 못했다면, 왠지 나에게 실망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 보면, 나와의 약속을 하고, 그런 약속들이 순탄하게 지키기 어려웠던 환경은 계속해서 있어왔다. 일을 하는 중에도, 내일까지 송부해야 하는데, 일정에 밀려 오늘일을 시작한 경우도 있었다. 그런 때에 꼬박 48시간을 일해, 시간에 맞춰 송부를 한 적이 있었다. 달리기를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을 때, 비가 와도 달리기를 했었다. 그런 순간들에 정해진 것을 지키지 못한다고 해도 나에게 또는 주변에게 익스큐즈가 될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은 한다. 그러나 약속이 지켜지고 있다는 그 흐름, 나에 대한 자부심이 깨지는 것을 원치 않았었다.


난 약속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일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제는 헬스를 가서 다행이었다. 다른 약속들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잘 지켜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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