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버지의 성격을 닮아서 검소하고 매사에 신중했 편이다. 하지만 사춘기를 지나면서 성질이 불같은 엄마를 닮아갔다. 아버지가 일본 징용으로 끌려간 후 10년 동안 장손 며느리였던 엄마는 시부모님, 시동생, 슬하에 3남매를 키워야 하고 집안 대소사를 챙길게 너무 많았다. 눈만 뜨면 농사일, 길 삼, 바느질을 하느라 하루해가 짧았다. 소와 돼지 닭 등 짐승들을 키우며 동서남북을 뛰어다녔기에 자식들의 입에 밥을 넣어 줄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따뜻한 사랑이 담긴 훈육을 해 주지 않았다. 오로지 엄격하게 앞가림을 잘해서 누구에게도 손 벌리지 않기를 바랐다. 어린 시절부터 엄마와 딸의 애증관계는 결혼 후 나의 딸이 태나서 성장하면서 대물림되어 가는 듯했다.
어느 날 병명도 모른 채 시름시름 앓았다. 머리가 무겁고 밥을 먹어도 소화가 되지 않았다. 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받아도 몸에는 이상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수시로 우울감에 시달렸다. 자꾸만 나도 모르게 엄마 탓을 하니 운명을 물려받는지, 나의 지난한 인생사가 소설책을 쓸 분량으로 쌓아갔다. 결혼하고 얼마 후 남편은 군입 해서 큰 사고를 당하는 불운을 맞았다. 하늘이 무너지는 듯 눈앞이 캄캄했지만 자식들을 키우려면 그 옛날 엄마처럼 씩씩하게 살아가야 했다. 병세가 조금씩 호전 됭션서 남편은 분수에도 맞지 않을 정도로 월급을 타면 돈을 펑펑 썼고, 나는 구멍 난 살림살이를 막아보려고 근검절약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용뺄 재주를 타고 나지 않았으니 내 주위를 돌아볼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모든 어머니는 굶주림에 물배를 채울망정, 자녀의 입에 밥을 넣어주고 싶을 것이다. 또한 현실이 아무리 힘들어도 자식들 앞에서 징징거리지 않고, 슬픈일이 이ㅆ어도 눈물을 보이지 말라던 엄마에게 배운 대로 훈육하는 것도 엄격하게 많이 닮아있다. 우리 딸은 나와는 정 반대였다. 남편을 꼭 빼닮아 외향적이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잘 소화해낸다. 또한 사업수단도 좋아 돈을 잘 벌지만 씀씀이도 컸다. 시집 부모님이나 친척들, 친구들에게 돈을 시원시원하게 쓸 줄 안다. 그뿐만 아니라 명품 옷을 선호하고 돈을 물 쓸 때마다 갈등이 생긴다. 남편한테 두 손들은 터라, 자라 보고 놀란 가슴이 솥뚜껑 보고도 놀라듯 어린 손자들이 삼 남매인데 절약하라고 잔소리를 하지만 소귀에 경 읽기다.
평생 근검절약한 습관이 나의 몸과 마음에 배였다. 그래서 꼭 필요한 곳에 돈을 써야 마음이 편이지만, 딸은 내일이 올지 안 올지 모르는데, 현제를 최고의 날로 생각하고 살아간다. 그 애의 말을 들다 보면 일리가 있어 고개를 꺼덕이곤 할 때가 가끔 있다. 돈의 변호사나 되는 듯 유창하게 설명을 하는 것을 들어보면, 돈은 자신의 가치를 알아주는 주인에게 더 많은 부를 가져다준다고 한다. 그래서 백 원을 쓰면, 천 원이 들어오고, 천만 원을 쓰면, 일억이 들어오는 이치라고 엄마인 나에게 찬찬히 설명을 해 주었다. 나는 어려운 시대를 넘어오면서 맨주먹으로 살아왔다. 누구처럼 비빌 언덕이 없기에 자수성가한 많은 사람들은 돈을 쌓아 놓고도 쓰지를 못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내 주위에있다. 내가 살아온 삶이 잘 살았을까. 아니면 딸이 현제를 최고의 날로 생각하고 살아가는 것이 잘 사는 것일까.
부부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기 위해 만났다. 하지만 늙어가면서 역할분담을 했으면 좋겠다. 어른들은 흔히 고생 끝에 낙이 있다고 한다. 어려서 제일 많은 들은 소리는, 어른들의 말씀에 순종하는 착한 아이로 칭찬을 받았다. 그런데 나중에 돌아보니 어린 나이에 자신의 힘으로는 끔쩍도 하지 않는 환경 앞에서 순응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내 딸에게도 착한 딸이 되어주길 강요한 것일까. 내가 돈아껴쓰고 자식들 생각하라고 말만 하면 길이길이 펄펄 뛰며 반발을 하곤 했다. 엄마와 딸의 애증관계가 대물림을 하는 것은 아닐까 라며 두려움이 앞선다.. 나는 엄마의 그 많은 좋은 점보다 단점을 닮아서 새전에 엄마와 갈등을 겪었다.. 이 숙제를 풀어야 하는데, 나의 딸과 세대 차이를 극복하고 서로 인정하고 존중해 줄 수 있는 날이 하루라도 앞당겨지길 소망한다. 그래야 오래전에 돌아가신 엄마를 이해하고, 다시 때어 나도 엄마 딸이고 싶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