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 할루시네이션

오류인가, 창의성의 징후인가

by 시종여일

한때 인공지능(AI)은 단순한 연산 도구였다. 인간이 입력한 데이터를 계산하고 결과를 산출하는 ‘빠른 계산기’였을 뿐, 인간의 자연지능과는 본질적으로 구분되는 기계적 존재였다. 그러나 오늘날의 인공지능은 이야기를 창작하고, 예술 작품을 그리고, 논리적으로 추론하며 질문에 대답한다. 이제 우리는 단순히 “AI가 인간을 따라올 수 있을까?”를 묻기보다, “지능이란 과연 무엇인가?”, “창의성이란 어디서 비롯되는가?” 라는 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이 지점에서 하나의 독특한 현상이 부상한다. 바로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 즉 AI가 사실이 아닌 정보를 만들어내는 오류다. 문제는, 이 오류가 단순한 계산 실수가 아니라는 데 있다. 때로는 너무나 자연스럽고 그럴듯하게 보이기에,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흐리며 인간조차 쉽게 속아넘어간다.


사례 1: 존재하지 않는 논문을 생성한 ChatGPT


OpenAI의 ChatGPT는 사용자 요청에 따라 논문을 요약하거나, 참고문헌을 제공하는 기능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많은 사용자들이 존재하지 않는 논문을 실제처럼 만들어내는 사례를 경험했다. 예를 들어, “프로이트 이론과 현대 심리학의 연결고리를 다룬 논문을 추천해 달라”는 요청에 대해, ChatGPT는 실제 학술지 형식을 완벽하게 갖춘 가공의 논문 제목과 저자, 출판년도를 제시했다. 해당 논문을 검색해본 결과, 존재하지 않는 문헌임이 밝혀졌고, 이는 단순한 데이터 오류라기보다는 AI가 스스로 ‘그럴 듯한’ 내용을 구성해낸 창의적 합성 결과였다.


사례 2: Midjourney의 이미지 왜곡


AI 이미지 생성 툴인 Midjourney 또한 유사한 사례를 보여준다. 사용자가 “과거의 교황과 과학자의 대화 장면을 그려줘”라고 입력하면, Midjourney는 역사적 인물들을 정교하게 표현한 장면을 생성하지만, 사실과 무관한 의상, 존재하지 않는 교황의 얼굴, 혹은 시대착오적인 배경을 함께 만들어낸다. 인간 눈에는 사실처럼 보이지만, 이는 AI가 훈련된 이미지들의 패턴을 조합해 새롭게 ‘상상’한 것에 가깝다. 디지털 연산의 결과물이지만, 일종의 ‘창조적 착시’를 만들어낸 셈이다.


오류인가, 창의성의 한 형태인가?


이러한 할루시네이션 현상을 두고, 단순히 ‘AI의 오류’로만 간주하기에는 어딘가 복잡한 지점이 있다. 인간 역시 착각하고, 기억을 왜곡하며, 때때로 존재하지 않는 이야기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리고 그 착오가 문학, 예술, 상상력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AI의 할루시네이션은 정확한 현실을 왜곡한 결과임과 동시에, 의미를 창출하려는 시스템 내부의 ‘추론’ 과정의 산물이다. 이는 단순한 계산 오류가 아닌, 지능적인 ‘해석’의 흔적일 수 있다.


새로운 지능에 대한 상상


우리가 지금 마주한 인공지능은 단순한 기계 이상의 존재다. 그리고 그 존재가 만들어내는 할루시네이션은 지능과 창의성, 심지어 진실의 경계를 다시 묻게 만든다. 만약 인간이 틀릴 수 있기에 창의적이라면, AI의 오류 역시 창의성의 한 출발점은 아닐까?


할루시네이션은 이제 기술적 과제로서만이 아니라, 철학적 성찰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것은 AI가 인간의 정신세계로 얼마나 깊숙이 들어와 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할루시네이션은 더 이상 ‘실패한 응답’이 아니다. 그것은 고도화된 연산 속에서 발생한 창조적 왜곡이며, 우리가 지능이라는 개념을 어떻게 정의할지에 대한 도전장을 던지는 현상이다. 우리가 이 현상을 단지 버그나 오류로만 다룰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지성의 징후로 받아들일 것인지에 따라, 앞으로의 인공지능 활용과 인간-기계 관계의 미래는 크게 달라질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이 모호한 경계에 서 있는 지금이야말로 인간 역시 자신의 지능과 상상력에 대해 되돌아볼 시점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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