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 0-prolog

by 새나
대담

pro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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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슬 퍼런 독한 여자" 그것이 주변에서 평가하는 저였답니다. 물론 이건 한 아무개의 가벼운 이야기랍니다. 그러니 얕게 훑어보곤 금방 잊기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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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름 모를 아무개랍니다. 어그러진 제 세상을 오래도록 간직하고파 조금씩 풀어내봅니다. 제 세상은 아주 어릴 적부터 어그러져있었답니다. 살아있는 것보단 죽은 것이, 움직이는 것보단 멈춰있는 것이, 웃는 얼굴보단 고통스러운 얼굴이, 건강한 마음보단 갈가리 찢어져있는 마음이, 순진한 것보단 영악한 것이 더욱 사랑스럽고 매력적으로 느껴졌지요.

저는 가끔 움직이는 벌레들을 잡아 관찰하곤 했답니다. 실보다 얇은 더듬이와 가시처럼 뾰족해 보이는 다리의 털들, 딱딱한듯한 껍질과 뒤집힌 배의 물렁함을 호기롭게 바라보곤 했어요. 저희 어머니께서는 카세트 플레이어에 클래식을 틀어놓곤 했지요. 덕분에 저는 동요보단 클래식과 가까이 지냈답니다. 어쩐지 시끄러운 클래식은 불쾌한 소음뿐이라 인식하였기에, 크고 웅장한 클래식이 나올 때면 신경질적으로 카세트테이프를 꺼내 집어던지곤 했어요. 씩씩거리며 카세트테이프의 기다란 검은 줄을 죽-, 뽑아내어 몸에 칭칭 두르곤, 잔잔하고 서정적인 클래식을 틀어놓고 춤을 추기도 했지요.

저는 생각보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기에 고요하고 따분한 그 시간을 견뎌내려 했습니다. 덕분에 소리 없이 조용히 많은 것들을 만지작거리곤 했답니다. 제 곁에는 늘 제 호기심을 채워줄 출처를 모를 자그마한 생명들과 클래식이 함께했지요. 그 생명들은 물리적으로 아주아주 크기가 작아야 하며 언제 있었다 사라졌는지 모를 만큼 존재감이 희미해야 한답니다. 그래야 저의 모든 행동이 호기심이라는 말 한마디로 깔끔하게 사라지거든요. 그리고 그 여운을 곱씹고 음미하기 위해선 서정적인 클래식이 필요하답니다. 강렬한 쾌락을 간직한 채로 아름답고 잔잔한 클래식에 몸을 맡겨 춤을 추는 것. 그 사이의 간극 또한 제겐 쾌락이거든요. 그리고 이런 제 모습을 모르고 제게 친절을 베푸는 외부의 사람들이 있다면, 아아 그들의 무지하고 순박한 눈망울을 보는 매 순간들. 그야말로 저의 삶은 완벽 그 자체지요.

그때의 어린 제가 점점 모여 지금의 저를 만들어낸 것이지요. 저의 어릴 적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은 처음이네요. 아주 달아오르고 가슴이 간질거립니다. 토끼풀을 꺾어 제 심장을 간지럽히는듯해요. 어쩔 수 없는 이 쾌락들을 당신들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기대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무수히 많은 비난을 보낼까요? 아니면 공감을 할까요? 그것도 아니라면 관찰? 이해? 어쩌면 침을 뱉을지도 모르겠네요. 그 모든 것들을 생각하면 저는 심장이 간질거립니다. 당신들의 표정과 감정, 무수히 많은 물음표들. 그것을 상상하면 가슴이 뜁니다. 뇌내 망상 속 저만의 세계가 확장되고 어그러진 저만의 우주는 미칠듯한 속도로 팽창합니다. 이 글을 읽을지도 모르는 당신들, 저 아무개에게 많은 말들을 던져주세요. 아무개는 어떠한 말에도 상처받지 않습니다. 자극적이고 날카로운 것들이 저를 베어 나갈 때, 검붉은 실선 사이로 작고 동그란 것이 맺히다 이내 흘러 바닥을 적셔 갈 때쯤 황홀한 쾌락을 느낍니다. 어떠한 미사여구를 붙여도 상관없어요. 그저 저를 베어주세요.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아주 난잡하게 저를 헤집어주세요. 저는 끝없는 쾌락 속을 향유할 것입니다.

이것이 한 아무개의 질척한 이야기의 첫 운을 떼는 한 장입니다.


※이 글은 픽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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