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국에 담임이 하고 싶다고?
나의 첫 담임은 2018년.
교직 생활은 2013년부터 시작했으나, 담임은 다소 늦은 2018년부터 시작했다.
이유인즉슨, 담임을 하지 못하는 업무를 했기 때문이다.
그 업무는 바로바로 시! 간! 표! 및 교육과정 운영.
시간표 업무는 선생님들의 복무 상황으로 인해 아침에 상시대기해야 하며, 일과 중에도 어떠한 변수를 마주할지 모르기 때문에 학교 업무 중에서도 스트레스가 상당하다.
또한 시간표의 구성은 한 학기 교사의 삶의 질과 매우 연관되기 때문에 선생님들이 매우 민감해하시는 부분이다. 교사의 민원을 교사가 상대해야 하는 그런 업무다.
각 학년이 6 학급 이상의 규모라면 대개 시간표 담당자는 담임이 없다.
(시간표 담당자와 학교폭력 관련 업무 담당자는 대개 담임을 빼준다)
학교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해에 덜컥 각 학년이 12 학급인, 총 36 학급의 시간표 담당자에 내 이름이 적혀있었다. 원하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돼버렸다.
업무분장이라 읽고 업무지정이라 쓴다.
좌충우돌. 실수연발. 대략 난감.
한 교실에 선생님 두 명 보내기, 수업이 없는 교실 만들기, 선생님과 과목을 잘못 매칭시키기 등등등
이루 말할 수 없는 일들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가장 슬픈 건, 이 업무로 인해 담임을 못하는 것이었다.
담임을 안 하면 아이들이 그렇게 예쁘다는 말이 있는데, 나는 이상하게도 담임이 너무너무 하고 싶었다.
'이 예쁜 아이들의 담임을 하며 추억을 만들고 싶다.'
시간표 업무를 꼬박 4년을 했다. 그 후 나에게도 첫 담임의 떨리는 순간이 왔다.
여자중학교, 1-7반, 29명의 첫사랑을 만났다.
3월의 개학 날, 29명의 예쁜 아이들이 바짝 날이 서있는 새 교복을 입고 그림처럼 앉아있었다. 뿌듯쌤과 즐거운 2018년도를 보내보자.
심장이 두근두근. 오랜만에 느껴보는 설렘이었다.
'초등학교에서는 말년 병장이었던 아이들이 중학교에 와서 이등병이 되었으니 많이 떨리겠지?'
이 아이들과 더 시간을 보내고 싶어도,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은 한 해뿐.
시한부의 마음으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리라 다짐했다.
*하단의 하트 라이킷은 저에게 1뿌듯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