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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뿌듯 May 13. 2024

뺄례네 집 손녀딸 2

군산에서 여주로

 그 이후의 상황은 불 보듯 뻔하다. 할머니는 잠깐 친동생네 집인 여주에 산바라지 하러 다녀온다고 말하고 영영 군산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할머니는 군산에서 동생이 있는 여주로 도망을 친 것이다. 그렇게 아픈 남편과 삼 남매 그리고 시어머니만 군산에 남겨지게 되었다. 가난이라는 모진 굴레와 함께.  


  그 시절에 여자가 자식을 두고 집을 뛰쳐나오는 게 쉬웠던가!


 아픈 아들과 손주 셋을 키우시느라 증조할머니는 하루도 쉴 틈 없이 일하셨다고 한다. 들에 나가 이삭을 줍고 다른 집에게 밥을 얻어 큰아빠와 고모 아빠를 먹이시고 본인은 내내 배를 곯으셨다고 한다.

 

  삼 남매 중 막내 우리 아빠는 자녀들 중 가장 명석하고 공부와 운동을 모두 잘하는, 그렇기에 꼭 1등을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그런 학생이었다. 지금으로 얘기하면 엄친아였던 것 같다.


  아빠를 증조할머니는 엄마처럼 품어 주셨다. 엄마 없는 가엾은 막내 손주에게 먹을 것은 배불리 주시지 못해도 사랑만은 배불리 먹이셨던 것 같다.


  그렇기에 아빠가 자신의 엄마는 애증 하면서도 증조할머니 얘기를 하면 항상 눈시울이 붉어졌으니까. 자존심이 너무 세고 승부 욕이 강한 학생이었는데 가난한 집 환경으로 그 재능을 펼 수 없음에 좌절도 많이 했다고 한다.

 

  아빠는 이 즈음 아마 초등학생이었던 것 같은데 큰 결단을 내린다. 더 이상 군산에 있다가는 끼니 걱정을 하며 살게 되고, 자신이 좋아하는 공부도 못할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마음 한편에서 밉지만 보고 싶고. 사랑하지만 화가 나는 엄마에게 가기로 결심했던 것 같다. 그 어린아이가 감당하기에는 현실이 너무 가혹했으니까..


  상황이 이렇게 되기 전에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만나러 할머니의 동생 그러니까 나의 이모할머니가 살고 있는 여주로 와서


“애들 생각해서 군산으로 가자”


설득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 할머니는 냉정하게 거절했다.


  이 사실을 다 알고 있었을 아빠는 죽기보다도 싫지만 살기 위해서 여주행을 선택했다. 마치 쥐가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물 수도 있는 것처럼.


  여기에서 우리 아빠에게 또 한 번 위기가 찾아온다. 막상 도착한 여주는 생각보다 더 잔인했다.


 그 해 여주군 대신면에 물난리가 심하게 나서 할머니는 집을 잃었다. 가난했던 할머니는 열심히 일을 해 직접 아빠와 함께 벽돌을 나르며 시골집을 지었다고 한다.


 여기서 또 내 인생에 중요한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바로 할머니의 동생과 동생의 남편이다. 이 두 부부는 대신에서 작은 슈퍼를 하고 있었다. 슈퍼를 하다가 나중에는 다방으로 업종을 변경했다. 내 기억에도 생생한 별다방. 나의 유년 시절에 늘 함께 있었던 그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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