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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 과학자 Dec 29. 2022

[독서] 대학원생이 당장 할 수 있는 일

코스모스 속 대학원생의 깨달음

코스모스 저자 칼세이건은 이런 말을 했다.

인류는 지금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해야한다


현재 나는 대학원에서 신소재 개발을 하고 있다. 칼 세이건의 책의 문구대로 대학원생으로써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나는 좋은 연구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럼 좋은 연구란 무엇일까? 사람마다 기준이 다를 수 있다. 누구는 높은 인용지수의 저널에 투고하는 것이라고 얘기할 수 있고, 누구는 특허를 출원하여 창업을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부터는 개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달라진다. 범법 행위만 하지 않는다면, 그 누구도 개개인의 연구 방향성에 대해 지적할 입장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도 한 명의 예비 과학자로써 사명감을 갖고,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저 논문을 위한 연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국가와 인류에 도움이 되는 연구. 어떠한 길이 나에게 좋은 연구를 위한 옳은 길일까에 대해서 매번 나의 가치관과 심도 깊은 이야기를 한다.


나는 좋은 저널에 논문을 투고하고, 특허를 출원하는 것이 국가와 인류를 위한 모든 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해당 길이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 나는 내가 배운 노하우, 가치관, 분야의 지식들을 다음 세대에 잘 물려준다면 아마도 다음 세대에 좋은 연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한다. 마치 1960~80년도에 여러 과학자 선배님들이 외국에서 선진화된 기술을 배워서 다음 세대에 알려주어 지금의 대한민국의 R&D 발전을 책임졌듯이...


하지만, 대한민국 대학원 특성상 여러 가지 행정처리, 잔업 처리, 조교, 교수님 심부름, 그리고 이러한 사실을 묵인하거나 아예 모르시는 교수님, 박사님들 등에 의해 본인의 연구에 집중하지 못하게 하는 환경이 만들어져있다. 이렇게 불필요한 시간을 소비하게 되어, 정작 본인 연구 실적이 못채워져 졸업이 늦춰지기도 한다.  아마 많은 대학원생들이 학위 과정 5~6년 동안 논문에 대한 압박감에 시달리기에, 많이 공감할 것이다. 또 이런 결과가 대한민국 대학원생 연구자들에게 좋은 연구보다는 실적 위주의 연구, 논문만을 위한 연구를 강요하는 환경을 더욱 더 확고하게 만든다.


나도 처음 대학원에 들어오고 기획보고서, 과제계획서, 연차보고서, 구매요구서, IP신청서, 그리고 모든 연구장비 견적서 및 거래명세서 처리 등등 여러 가지 잔업으로 3년 중 1년 반정도를 연구에 집중하지 못했었다. 그 때 마다 내가 하고 싶은 연구를 하지 못하여 우울감에 빠지기도 하였다. 한 편으로는 누구나 정말 유명한 저널에 논문을 투고하고 싶기도 하였는데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지한 후, 절망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대학원 생활동안 좋은 저널에 논문을 쓰지 못했다고, 혹은 내가 허송세월을 보내지는 않나?라는 생각에 너무 우울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힘든 상황 속에서 내가 정확하게 현실을 직시하고, 빠르게 판단하여 누구보다 더 노력해서 해낸다면, 그 때부터 자신감을 찾고 앞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연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조금 더 길게 보면, 내 인생 속 연구 생활 몇 십년 중에 그저 3년이 지난 것이기 때문에, 지금은 유명한 저널에 논문을 투고하지 못한다고 하여 조급해하지말고, 어느정도 여유를 가져도 되지 않을까 싶다. 어차피 인생은 길고, 내가 실력만 잘 쌓아두고 기다리면 기회는 반드시 오니까..


나는 대학원 생활을 “나” 라는 건물을 세울 때, 철근에 시멘트 바르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홍익대에 유현준 교수님께서 유투브 영상에서 얘기해주신 부분이다.


시멘트는 한 번만 바르면 안에 수분이 나와서 벽에 금이 가지만, 금이 간 곳에 시멘트를 바르고 계속 문질러주면 금이 없어진다고 한다. 하지만, 시멘트 안에 수분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에 해당 작업을 여러번 해주어야 금이 가지 않고 속이 꽉찬 시멘트 벽이 된다고 한다. 이러한 반복적이고 고된 작업을 거친 후에야 비로소 속이 비어있지 않고 겉에 금이 가지 않는, 방수 시멘트 벽이 된다.


대학원생인 내가 지금 당장 해야 하는 일은 드넓게 펼쳐져있는 여러 지식들을 양분처럼 흡수하여,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course walk이 끝난 내가 후에 좋은 연구를 하기 위한 밑바탕을 다지기 좋은 최적의 시기라고 생각한다. 최대한 많이 부딪히고 배우자. 이러한 고되고 힘든 작업들이 반복되면 비로소 내가 원하는 연구를 할 수 있는 역량이 갖춰지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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