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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오나PYONA Dec 24. 2023

올해 나의 소중한 친구가 되어준 <오늘의 쉼표>

[2023.12] 팟캐스트 시즌 2를 재개하며.

단 14일. 

신기할 만큼 단번에, 그리고 순조롭게 해낸 시즌2 준비. 



‘두 번째라 그런가?‘라기엔, 무려 4개월가량 공백동안 일하게 집중한 것은 시즌 1을 진행하며 완전히 무너져버린 나의 마음과 일상을 재건하는 일이었다. 아닌 척했지만, 안팎으로 나를 휘몰아친 여파가 너무나도 거셌다. 일상을 건강하게 보낸 1년의 기간 덕분에 분명히 체력도 마음도 더 나아졌다고 여겼는데, 문제는 ‘일’, ‘과업’을 마주한 상황에서 시작되었다. 다시는 되돌아가고 싶지 않았던 나의 과거 모습, '완벽주의' '워커홀릭'의 내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를 자각할 줄 알게 됐다는 점이겠지만, 그래서 자꾸 양립하는 '자아'에 괴로웠던 적도 정말 많았다. 일에 매몰되는 '나'를 발견하면 당황했고, 더 잘하고 싶었던 욕심에 계속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는 '나'를 마주해야 했다. 일상은 당연히 무너졌고 공들여 세운 루틴과 면역력은 박살이 났다. 


다행인지, 진작부터 선언해 둔 시즌제 덕분에 나는 휴식이 주어졌다. 감히 그다음을 계획할 엄두도 여유도 없었다. 다시 0으로 돌아간 그동안의 1년. 루틴, 체력, 정신력을 다시 차곡차곡 다시 쌓아 올려야 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나는 휴식이 주어지자마자 하루 이틀 만에 무수한 깨달음을 얻었고 기록했다. 어제까지의 나와는 너무나 다른 사람인 듯한 의식이 신선했다. 그 경험은, 결론적으로 나에게 '쉼'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렇게 오랜만에, 쉼 다운 쉼을 지내며 보냈고, 그 4개월은 다시금 나를 다시 단단히 채워준, 너무나도 꼭 필요한 시간이었다. 


그렇게 보내고 난 시간은 나의 내년을 보다 구체적으로 설계하게 해 주었다. 당황스럽지만, 한 번도 생각지 못한, (쪼오끔 거창하게 표현하자면) 사업을 구상할 포부와 비전도 세워졌다. 자연스럽게 해야 할 일들이 자꾸 늘어나고 슬슬 바빠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나는 오디오채널을 다시 운영하기로 결심했다. 스스로도 여러 번을 묻고 또 물었다. 정말 괜찮을까? 지난 시즌1을 답습하고 싶지 않아서 조금 겁이 나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알았다. 그 무거웠던 마음의 정체는 '부담감'이 아니라, 내가 원하고 있는 '존재감'이라는 것을.


결국엔 자는 시간을 줄이면서, 채널을 재개할 준비를 했다. 콘셉트, 디자인, 콘텐츠 등등등을 완성해 나갔다. 하고 싶은 마음이 뚜렷하고, 일상을 정돈하는 스킬이 조금 늘다 보니, 놀랍게도 추진 속도는 빨라졌다. 공교롭게도 연말 일정이 갑자기 확 취소되면서 '오히려 좋아!' 빠른 기획과 실행을 넘나들며 속도를 더 붙였다. 그렇게 보낸 2주의 시간. 나는 정말로 즐겁고 설렜다. 그렇게 12월 22일 금요일, 나는 ‘나답지 않고 상당히 나다운 ‘ 새 시즌 첫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오늘의 쉼표>콘텐츠는 올해, 나에게 정말 큰 의미가 있다. 

퇴사 후 첫 번째로 나름 사회활동을 시작한 ‘아주 작은’시도였고 정형화된 틀의 말만을 해야했던 오랜 내 직업을 벗어던지고 진짜 하고 싶은 말, 본연의 내 목소리로 세상 밖을 두드려본 내겐 ‘너무나 큰’ 도전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괴로움과 자주 마주해야 했지만, 덕분에 스스로를 자주 들여다보며 결국 성장할 수 있었다. 나를 더 깊이 이해하고 존중하고 사랑할 수 있게 이끌어준 큰 힘은 다름아닌 <오늘의 쉼표> 였다.


올해가 지나기 전, 무려 두 번째 시즌을 여는 꽤 어엿한 채널이 되어있는 것도, 콘텐츠 제작에 진심이 되어있는 나도 새삼 신기하다. 사실 더 신기한건, 부끄러워 홍보 하나 안했는데도 나의 방구석 수다를 꾸준히 찾아주는 분들이 놀랍게도 도합 92명이나 된다는 것.. 심지어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내게 진심어린 댓글로 마음을 보내주신다. 그 마음이 어떤건지, 너무나 잘 알기에 진심으로 감사하며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보답할 뿐이다. 나는 이 분들께 큰 빚을 졌다. 혼자로는 감히 만들지 못할, 내가 더 멀리 나아갈 용기까지 얻었으니. 두고두고 갚아나갈 책임감이 있다.


한번도 경험한 적 없던, 느껴본 적 없던 감정을 알려준 나의 쉼표. 

너는 내게 너무나 소중한 친구였어.

기분 좋게 다시 만난 만큼, 우리 새 시즌에도 어떤 길이든 잘 동행하며 같이 성장해 보자!



#아주애틋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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