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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 Jun 26. 2023

혼자 있는 시간

남편은 회식, 아들은 야간자율학습.

퇴근 후, 아무도 없는 불 꺼진 집에 홀로 들어왔다.

처음엔 '서점으로 향할까.'하고 생각했지만 다녀와서의 피곤함이 지레 부담스러워서 곧장 집으로 온 것이다.


무엇부터 해볼까.

우선 들어서자마자 문을 열고 환기를 시킨다.

손발을 씻고, 실내복으로 갈아입는다.

오늘은 아침부터 점심까지 내내 과식한 탓에 저녁 식사는 건너뛰려고 했으나 집에 도착하니 허기를 느끼게 된다. 그래서 감자를 굽고, 옥수수와 키위를 준비해서 한 접시에 담아 식사를 준비한다.

노트북을 켠다.

먹으면서 검색도 하고, 쓰기도 한다.

지금 내 귀에 들리는 것은...... 음식을 씹는 소리, 포크와 칼을 들었다 놨다 하며 달그락 거리는 소리, 마우스 누르는 소리, 자판 두드리는 소리.

내게 누군가가 전화를 걸어주지 않는 이상, 내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지 않는 이상 사람과의 대화소리는 없을 것이다.


아들이 고3이 되면서 또 남편이 야간 근무를 들어가니 이렇게 홀로 있는 시간의 기회가 점점 많아짐을 알게 된다.

다행스럽게도 혼자서도 잘 지내는 나라서 외로움을 느껴본 적은 아직 없다.

하지만 올해가 지나고 나면 진작부터 호시탐탐 생활의 독립을 노리고 있는 아들은 '지금이다.'하고 집에서 나갈 것이고, 남편이 야간 근무를 들어가게 되면 나는 지금보다 더 많은 '홀로 시간'을 지내야 할 것이다.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과연 그때가 되어서도 '혼자서도 잘 지내는 나라서'라고 묵묵하게 생각할 수 있을까.


지금, 저녁 식사를 다 끝내고 나니 이젠 칼과 포크의 달그락 거리는 소리도, 내 입속의 오물거리는 소리마저도 없다. 그저 노트북 자판 두드리는 소리만 나지막하게 들릴 뿐이다.

세 시간 뒤면 아들이 집으로 돌아올 것이고, 남편은...... 모르겠다. (인사이동 작별 회식이라고 하니)

모든 구성원이 모이면 우리 집의 온기가 다시 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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