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아주 가끔 그런 생각들을 하곤 한다. 지금 내가 가진 것들을 모두 놓아버리고 아무도 없는 곳으로 떠나면
힘든 시간을 버리면 나는 정말 행복해질까? 최근 일에 치여 일과 삶이 구분되지 않아. 정말 힘든 시간을 보내는 중. 친구들의 여행소식 누군가의 연애 모두가 각자의 행복을 찾아다니며 괜찮은 삶을 보란 듯이 살고 있을 때. 나만 혼자 어둠 속을 걷고 있는 것 같을 때. 왜 나만 이렇게 힘들 걸까? 문득 이런 잡다한 생각들이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나는 어릴 때부터 힘든 시련이 다가오면 늘
겁에 질려 도망치기 바빴다. 그 도망친 결과물은 꼬여버린 인간관계. 애매한 성적 내성적인 성격으로 만들어졌다.
도전에 있어 시련은 늘 뒷따르는 법이란 걸 알아채지 못한 탔을까 부딪혀 깨질 때마다 돌아오는 건 그냥 자기 비하 말고는 없었다. 하지만 도망을 선택했던 나는 후회하지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던 중 대학을 졸업하고 내가 바라던 일들을 하면서 어린 적부터 나왔던 방어기제 “도망”이라는 기질이 다시 발동했다. 모두들 처음은 서툴고 엉망인 것은 꽤나 당연한 일이지 않나? 하지만 나는 그러한 좌절의 순간들이 닫힐 때마다 나는 나를 의심하고 나를 원망했다. 스스로를 높게 평가했던 탓일까.? 어쩌면 내가 무능하고 서툰 사람이란 것을 인정하는 게 죽기보다 싫었던 것 같다.
잘 다니던 회사를 때려치우려고 마음먹었던 것. 이제야 꿈이 아닌 지금을 살고 있게 되었을 때. 그때가 가장 두려웠다. 상상으로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하고 나 스스로의 가치를 몽상에 빗대어 바라보았을 때 나는 꽤나 그럴싸한 사람이었으니. 잘할 거라고 생각했던 지점에서 수직으로 한없이 떨어졌을 때 그 좌절감. 누구나 한 번쯤 겪는 그런 것들이잖아. 하지만 나는 그 좌절. 그 절벽에서 떨어지는 것이 죽기보다 두려웠다. 보잘것없는 나를 마주하면 분명히 나는 망가질 거란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니. 그래서 더는 나를 원망하고 시험하기 싫었다. 나는 늘 최고가 되어야 했으니. 그래서 내가 가진 모든 걸 버리기로 다짐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도망가는 사람이 아닌 스스로 못난 점을 인지하고 자기 객관화를 잘하는 사람으로 비칠 것 같았으니. 하지만
역시나 삶이라는 것은 계획대로 흐르지 않고 오차범위
투성이니. 네가 뭔데 자신의 무능력함을 스스로 평가하냐는 질문에 나는 그제야 알았다. 인생은 상대평가라는 것을 내 기준도 누군가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그게 부정이던 긍정이던 말이다.
그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내가 지금까지 조금씩 아주 천천히 걸어온 곳들엔 나의 발자취가 새겨져 걸어온 만큼 나의 길이 되었다는 것을. 그러니 말이다.
어두운 터널을 혼자 걷고 있을지언정 나에게 이 길이
막다른 길이 아니고. 이 길이 잘못된 방향이 아니고
그저 어둡기에 낯설게 느껴지는 것이니. 잘 가고 있다고
빛이 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고 지금이 그때라고 말해준다면 낯설고 두렵기만 한 어둠 속에서도 반드시 길을 찾아 나아가리라. 그러한 말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고
그 말을 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잘해 나아갈 수 있을 거라고.
오늘의 걱정을 내일의 열정으로 맞바꾸어 보다 좋은 시각으로 지금의 나를 바라봐준다면 조금은 더 버틸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