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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지현 Jul 05. 2024

시간여행을 다녀오다

루마니아의 소도시 여행

오늘은  숙소가 있는 시비우(Sibiu)근처 마을까지 가야 한다.

가는 길에 트란실바니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인 '메디야스(Mediaș)'와 백색 도시라고 알려진 '알바 이울리아(Alba Iulia)'를 들러가기로 했다.

알바(Alba)는 루마니아어로 '백색'을 의미한다고 한다.


약 1시간 운전해  메디야스(Mediaș)에 도착했다.

이곳은 13세기 독일 식민지 개척자들이 메디아(Media)라는 로마 수용소 부지에 설립한 곳이었으며 1918년에 루마니아와 통합된 마을이다.

사실 메디야스는 널리 알려진 관광지가 아니라 시비우 가는 길에 잠시 들러 마을 구경을 하고 가기로 했다.


무척 깨끗하고 조용한 곳이라는 느낌을 주는 마을이다.

구불구불한 골목길, 수백 년 된 가옥들이 역사 있는 마을임을 증명하고 있다.

주차를 하고 조금 걸으니  나무가 가득하고 오래된 건물들이 둘러싼 넓은 광장이 우리를 반긴다.

화려한 외관 건물들로 둘러싸인 광장은 중세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

트란실바니아의 다른 도시와 마찬가지로 도시의 길드들이 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성채의 탑과 요새를 건설하고 방어를 했던 이유에서인지 오래된 건물로 둘러싸인 이 광장 한쪽엔 문이 있는 탑과 14세기 요새 성벽의 잔해가 아직도 남아 있었다.


그중에서  15세기에 건설되었다고 하는 요새 내의 성 마가렛 교회(St. Margaret Evangelical Church)는  이 마을에서 가장 중요한 명소 중 하나이다.

거대하고 단단한 벽이 교회를 둘러싸고 있다.

St. Margaret Evangelical Church

아직은 시간이 일러 오가는 사람이 없어 교회 단지 내의 수도원을 구경할 수 있었다.

내부로 조심스럽게 들어가 보니 잘 가꾸어진  아담한 정원이 담벼락에도 귀엽게 장식이 되어있다.

성직자들과 그들을 위해 봉사하는 여성들이 거주하는 곳으로 보였다.

수도원 입구와 정원

특히 광장의 명소 중 하나는 '트럼펫 타워'라고 불리는  노란색의 아름다운 탑인데 이 마을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높이가 68m로 약간 기울어져 있는데 보강을 해서 지금은 많이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설명을 읽고 탑을 보니 정말 기울어진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중세 건물치고는 높이가 매우 높다는 생각이다.

트럼펫 타워

맑은 날 파란 하늘아래 서있는 노란색의 탑(트럼펫 타워)을 보니 더 상큼하다.

적들을 감시했던 경비탑이니 만큼 침략을 경고하기 위해 나팔을 불기 시작해 트럼펫 타워라는 이름이 지어졌다고 한다.

광장의 시계탑과  트럼펫 타워

마을 아침 광장이 무척 조용하다.

광장에 있는 카페에 들러 잠시 쉬기로 했다.

카페에 앉아 잠시 쉬는데 광장 한복판에 펼쳐진 분수 공원이 눈에 들어온다.

싱그러운 아침햇살에 스며드는 물방울에서 빛이 난다.

다양한 색의 꽃들과 우거진 나무들, 그리고 시원하게 뿜는 분수...

평화롭고 조용한 마을의 광장 풍경이다.

하지만 오래전 이 광장에서도 마녀 사냥이라는 이름하에 많은 처형이 이루어졌다고 하니 씁쓸하다.

광장 공원

그런데 광장 카페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은 대부분 동네 중년 남성들이다.

이 시간 한국에서 카페의 손님은 대부분 여성들인데...

한국과는 조금 다른 풍경이다.ㅎㅎㅎ

광장 카페


왠지 마음이 편해지는 마을이다.

떠나기 아쉬워 마을을 좀 더 걸어보기로 했다.

마을이 깨끗하고 곳곳오래된  나무들이 우거져 산책하기에 좋은 동네다.


메디야스 마을 풍경


건물들이 뛰어나게 아름답다고 할 순 없고 또 화려한 건물이라 생각이 들지는 않지만 무척 단단해 보이고 실용적인 독일풍의 건물들 트랜실바니아 지방의 건축 양식의 집들이 곳곳에 들어서 있었다.

마을을 산책하다 보니 멋지게 지어진 학교가 보인다.

Sthphan Ludvig Roth school( Hermann oberth school)이라고 되어 있다.

Hermann oberth는 로켓 연구의 선구자로 알려진 인물인데 오스트리아-헝가리 태생의 독일 물리학자였던 그가 약 15년간 물리학과 수학을 가르친 곳이 Sthphan Ludvig Roth school이라고 한다.

이곳에서는 여전히 독일어로 수업을 한다고 한다.

Sthphan Ludvig Roth school


메디야스에는 여러 개의 탑이 있는데 steingasser tower 또한 중요한 명소 중 하나였다.

장식은 광장에 있는 교회 탑인 트럼펫 탑만큼 화려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역사적인 탑으로 이 도시의  상징으로 남아 있다.

Pawed Road Tower라고도 알려진 Steingasser 타워는 1507년에서 1534년 사이에 지어 2층 탑으로 높이는 25.8m이다.

반듯한 네모로 건설된 이 탑은 매우 간결하고 단단해 보인다.

steingasser tower


구시가지의 경계에 위치한 Blacksmith's Tower는 새롭게 개조된 탑처럼 아주 깔끔하게 단장되어 있어 옛 풍취를 느끼기엔 많이 부족하다.

하얗게 단장된 벽이 오늘따라 파란 하늘에 더욱 두드러져 보인다.

Blacksmiths' Tower

마을 한 바퀴를 돌고 나니  교회 종소리가 마을 전체에 울린다.

작은 마을에 울리는 종소리가 과하다 싶게 크다. ㅎㅎㅎ

포근하고 정감가는 아름다운 동네, 메디야스로 기억될 것 같다.




메디야스를 벗어난 우리는 규모가 제법 큰 도시 '알바 이울리아(Alba Iulia)'로 향했다.

알바 이울리아는 트란실바니아의 여러 공국들이 수도로 사용했던 곳이다.

1526년부터 1570년까지 동부 헝가리 왕국의 수도였으며 1711년까지는 트란실바니아 공국의 수도로 말 그대로 헝가리 제국의 중심지이기도 했다.

왈라키아 공국의 왕 미하일 비타줄은 현재 루마니아의 왈라키아, 몰다비아, 트란실바니아를 최초로 통일했던 인물로 루마니아 민족주의자들에게 민족의 영웅이라고 칭해지는 인물이라고 한다.

비록 통일 왕국은 1년 반 만에 끝이 났지만 알바 이울리아는 그 당시 루마니아의 수도역할을 했기 때문에 지금도 루마니아인들은 이곳을 그들의 '영적수도'로 인식하고 있다.

특히 알바 이울리아는 별 모양의 성채(카롤리나 성채 caratea alba carolina)가 유명한데 이곳은 루마니아의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이 도시를 위에서 내려다보면 7개의 꼭짓점(요새들)을 가진 별 모양의 독특한 성채의 모양을 띄고 있는데 별 모양의 요새가 알바 이울리아의 랜드마크가 되었다.

성채의 목적은 군사적 방어로 건설된 것이었으며 한 번 공격을 받았지만 정복당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18세기 합스부르크가에 의해 만들어진 이 성채는 1716년에서 1735년 사이에 두 명의  건축가에 의해 건설되었는데 알바 이울리아에서 '도시 안의 또 다른 도시'라고 불리고 있다.


알바 이울리아의 별 모양의 성채

우리는 요새 주변에 주차를 하고 성채 내부로 들어갔다.

성채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날씨만큼이나 깨끗하게 정돈된 교회가 우리를 반긴다.

페르디난드의 즉위식이 이루어진 Reunification  cathedral이었다.

이 성당은 1921년에서 1923년 사이에 건설되었는데 말끔하게 단장된 외관과는 달리 내부는 무척 화려하고 웅장하다.

교회 내부의 벽면은 성화들로 가득 차 있었는데 꽤 오래된 프레스코(fresco)화도 보인다.

인류의 그림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그림 기술라고 알려진 프레스코화는 석회벽의 건조가 채 되지 않은 벽면에 물감으로 색을 칠하는 기법으로 수정하기가 매우 힘들다고 하는데 지금까지 온전히 보존되어 오는 프레스코화가 신기하기도 하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예술 작품을 제작하고 세대와 문화를 넘어 지금까지도 소통할 수 있다고 생각이드니 갑자기 프레스코화가 더 값지고 위대하게 보인다.

이런 이유에서 일까?

무슨 이유에서인지 다른 교회 내부보다 더 엄숙함이 느껴진다.

Reunification  cathedral 외관과 내부

밖으로 나오니 바로 옆에는 Saint Michail Cathedral(미하엘 대성당)이 있다.

이 성당은 트란실바니아에서 중세 로마양식의 가장 대표적인 건물이며 중세 건축의  중요한 기념물로 간주되고 있는 성당인데 특히 이곳은 존 후냐디 왕과 헝가리 여왕 이사벨라의 무덤이 있다고 한다.

Saint Michail Cathedral

성채를 계속 걸어 들어가다 보면 멋진 바로크 양식으로 지어진 바티아네움 도서관이 보이고 왼쪽에는 대학교가 있는데 대학교 이름이 'December 1 University'이다.

성채 내에 대학교가 있다는 것도 신기한데 대학의 이름이 더 흥미롭다.

이름의 유래는 루마니아와 트란실바니아 연합이 선언된 1918년 12월 1일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대학교 전경과 대학교 앞 동상

성채 안 이곳저곳에는 동상들이 많거리 중간중간에 서있는 독특한 동상들 보고 다니는 재미도 있다.


드디어 눈 앞에 펼쳐진 멋진 게이트(Third Gate)를 지나면 성채의 끝에 도달하게 되는데 문을 지나  멀리 높이 솟은 오벨리스크(Horea, Cloşca 및 Crişan의 오벨리스크)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 게이트(Third Gate)는 1715년에서 1738년 사이에 지어진 바로크 스타일의 웅장한 게이트로 찰스 4세(Charles 4) 왕과 유진 사보이( Eugene of Savoy) 왕자에게 헌사되었으며 오스만 군대와의 전쟁을 승리하는 기념물이었다고 한다.

루마니아에서 본 어떤 게이트보다 화려한데 무척 정교하고 섬세한 조각들이 눈에 들어온다.

제3 게이트와 멀리 보이는 오벨리스크

웅장하고 아름다운 게이트를 지나면 확 트인 평야와 함께 멋진 오벨리스크가 우뚝 서있다.

봉건 농노들의 열악한 생활 및 노동 조건을 이유로 18세기에 봉기한 사람들을 기리는 오벨리스크이다.

호레아와 클로슈카, 그리고 크리샨은 이 봉기를 주도한 인물이었는데 반란은 황제 요세프 2세에 의해 진압되었고 이를 주도한 호레아와 클로슈카는 안타깝게도 처형되었고 크리샨은 자살을 했다고 한다.

오벨리스크의 한 면은 화환의 날개를 단 빅토리아가 있고 뒷 면은 농민봉기를 한 인물들이 조각되어 있다.

마치 봉기인들의 넋을 추모라도 하듯 빅토리아의 모습이 웅장하고 힘차 보인다.

기념비의 아래쪽에는 반란의 진압을 상징하는 철문으로 된 으스스한 감옥이 보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이 오벨리스크는 조금씩 기울어지고 있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계속 썩어가는 참나무 줄기 위에 만들어졌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이렇게 성채 끝에 와 내려다보니 넓은 평야에 펼쳐진 알바 이울리아가 한눈에 보인다.

가슴이 확 트이는 기분도 든다.

오래된 성채인데도 불구하고 잘 보존되고 관리된 것에 대해 놀랍고 무엇보다 일곱 개의 요새를  아름다운 별 모양으로 만든 아름다운 성채였다는 사실이 무척 신기했다.

성곽 안쪽으로나 바깥쪽으로 산책을 할 수  있도록 잘 정비가 된 길도 보인다.

시간만 있다면 우리도 분명 걸었을 텐데 가야 할 길이 멀어 걷지 못한 것이 후회된다.

이런 아름다운 도시에서는 며칠 묵어도 좋을 듯하다.




알바 이울리아를 떠나 우리는 다시 Sebes 마을의 '붉은 골짜기'라는 이름을 가진 '라파 로시 Râpa Roșie(Romanian for "red ravine")'로 향했다.

이곳은 사실 조금 전 방문한 알바 이울리아 사진전시회에서 본 장소였는데  무척 신기하고 흥미로운 곳이라 찾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정확한 위치를 몰라 방문을 하게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곳이었다.

그런데 숙소를 가는 길에 기이하게 보이는 붉은 산이 눈에 들어와 곧장 그곳으로 차를 돌렸는데  바로 우리가 사진 전시회에서  본 그 장소였던 곳이다.

산 전체가 붉은색의 독특한 형상을 한 바위가 있는 곳이다.

이곳은 루마니아의 국가 자연 생태 보호 구역이었는데 그곳까지 가는 길은 험난했다.

무려 4km 되는 비포장 자갈길과 먼지들 때문에 쉽지 않다.


드디어 거대한 붉은 산 앞에 도착했다.

암석 지형은 수세기 동안 비에 의해 침식되어 형성된 매우 특이한 모양의 기둥그리고  피라미드 등 자연적으로 조각된 곳이었는데 붉은 협곡으로 이루어진 기둥들은 산 전체에 펼쳐져 멋진 부조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라파 로시의 길이는 800m에 걸쳐 펼쳐져 있고 높이는 50~125m 정도 된다.

장관이다.

마치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을 보는  듯, 문득 몇 해전 방문했던 튀르키예의 카파도키아에 와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

멋진 풍경을 더 자세히 보기 위해 깊숙이 들어는데  걸어 들어갈수록 어렵고 힘든 길이 기다리고 있었다.

안전장치가 없는 매우 미끄럽고 좁은 길을 아슬아슬 걸을 때마다 정말 가슴을 졸이며 걸어야 했다.

정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위험하기도 했다.

국가 보호 구역으로 지정된 장소는 관광객들을 위한 안전시설에 좀 더 신경을 썼으면 하는 마음도 든다.

많은 나라들을 여행하다 보니 관광객을 위한 안전과 편의 시설에 많은 차이를 느끼곤 하는데 나라의 형편과 사정에따라 관광객에 대한 배려가 아직까지 못미치는 나라도 많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그러고보면 우리나라는 그런 시설에 있어서는 최고인것 같아 마음속으로 무척 뿌듯하고 자부심도 느낀다.




해가 저물기 시작했다.

붉은 계곡의 산 '라파 로시'에서 내려와 숙소로 가는 길..

내 입에서는 중학교 때 배웠던 미국 민요 'Red River valley' 멜로디가 계속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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