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뱀 한 마리가 가져온 나비효과
월요일 새벽, 컴퓨터 책상에 앉아 있는데 뭔가 허전했다. 고개를 돌려 도마뱀 사육통을 봤다. 크룽이는 신나게 뛰어놀고 있고, 그 옆에 작은 사육통은 비어있었다!
'루시카는 사육통 구석에 숨어 있겠지~'
작은 사육통에 숨어있는 도마뱀을 찾으려고 고개를 요리조리 돌렸다. 백업 뒤에나 연꽃잎 사이, 바닥 깔개 밑에 자주 숨어 있는 아이였다.
'어디 있나?'
'없다!'
아무리 찾아도 루시카가 보이질 않았다. 분명 사육통 뚜껑도 잘 덮여 있는데... 잘 덮여있다고 생각했던 뚜껑 모서리가 들려있었다! 밤사이 뚜껑을 밀고 사육통 밖으로 나간 것 같았다. 언제 어디로 나간 지를 모르니 막막했다.
책장을 하나하나 살피며 사육통 주변 장식장들을 들쑤셨다. 혹시나 근처에서 붙어있나 보려고 손전등을 들고 구석구석 살폈다. 이제 곧 딸이 일어날 시간인데, 키우던 도마뱀이 사라졌다는 걸 알면? 아침부터 울음바다가 될게 뻔하다. 월요일 아침부터 울면서 시작하고 싶지 않았다. 딸에겐 말하지 않고 출근하면서 남편에게만 부탁했다. 혹시 바닥에 도마뱀이 돌아다닐지도 모른다고. 발견하면 바로 사육통에 넣어달라고.
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딸에게 전화가 왔다.
"엄마~ 루시카가 없어요. 내가 사육통 뚜껑을 제대로 안 닫았나 봐요. 나 때문이에요. 루시카 못 찾으면 어떻게요?"
자책을 하며 엉엉 우는 딸의 목소리를 들으니 나도 울고 싶어졌다. 정말 어쩌면 좋으니...
"아빠가 오늘 하루 종일 찾아봐 주신다고 했어. 저번에도 아빠가 루시카 찾아주신 거 기억하지? 일단 학교 다녀와서 다시 이야기하자."
겨우 달래서 전화를 끊었지만 자신이 없었다. 제발 남편이 도마뱀을 찾았길 바랐다.
그날 저녁, 루시카는 나타나지 않았다. 거실은 남편이 도마뱀을 찾아다닌 흔적으로 어지러웠다. 루시카가 혹시나 배고프면 돌아올까 싶어서 사육통 위에 밥을 올려두고 잤다.
다음날 새벽, 자명종도 울리질 않았는데 눈이 번쩍 떠졌다. 혹시 루시카가 돌아와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거실로 달려 나갔다. 불도 켜지 않고 사육통을 살펴봤지만 루시카는 없었다. 사료통도 다녀간 흔적 없이 깨끗했다.
아... 알아서 나오길 바라는 건 무리였나? 무거운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딸도 눈 뜨자마자 도마뱀을 찾았다.
"엄마, 우리 루시카 돌아왔어요?"
"아직."
"돌아올 수 있겠죠?"
"그랬으면 좋겠어."
혹시나 루시카가 나올까 봐 청소기도 안 돌리고 사육통 주변 구석구석 짐도 꺼내놓고 기다렸지만 소용이 없었다. 가만히 손 놓고 있다 후회하느니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보자 싶었다.
화요일 저녁, 거실장 옮기기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무거워서 꼼짝도 안 하는 거실장을 옮기기 위해 거실장을 꽉 채운 책과 보드게임, 어항, 잡동사니들을 치웠다. 거실장 뒤편은 몇 년간의 묵은 먼지들로 지저분했다. 끄집어낸 김에 뒤에 쌓인 먼지와 물건들을 쓸고 닦았다. 도마뱀을 잡으려고 시작한 일이 대청소가 되었다.
결국 도마맴은 못 찾았지만 거실의 청결은 되찾았다.
"루시카 덕분에 이런 구석까지 청소를 다 하네."
깨끗해진 집을 보는데 뿌듯했다. 이제 도마뱀만 돌아오면 된다.
남편이 졸린 딸을 눕히러 딸 방에 들어갔다.
"저거 뭐야?"
"아, 루시카다!"
딸이 외치자마자 침대 아래로 들어가 버린 도마뱀.
'살아있었구나!'
눈물 나게 반가웠다. 딸 침대에 온 가족이 붙어서 손전등을 들고 루시카가 도망갈 구멍을 막고 서랍을 빼냈다. 마지막 서랍이 빠지고 침대밑에서 당황해하는 루시카를 잡았다.
"드디어 돌아왔구나!"
"어떻게 주인방을 알아봤니?"
"아빠 없으면 도마뱀 못 키우겠다~ "
루시카를 찾은 반가운 마음에 서로를 토닥이며 웃음을 나눴다. '함께 있어서 참 다행이다'라는 말을 몸소 깨닫게 해 준 루시카에게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