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낸 것들이 나를 지켜줄 때

불안과 책임 사이에서

by 여백로그


어릴 때는 제가 가진 것보다

가지지 못한 것들에

마음이 더 쏠리곤 했습니다.


남들과 비교하며 아쉬워했고,

제 손안에 쥐어진 건 당연한 듯 여겼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쌓일수록,

점점 다르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가진 것들 ― 가족, 일, 책임,

그리고 이름조차 붙이기 어려운

작은 관계들까지.


이 모든 것이 어느 날 문득,

“제가 끝까지 지켜야 할 것”으로

무겁게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책임이라는 단어는 참 묘한 것 같습니다.


젊을 땐 저를 묶어두는 족쇄처럼 느껴졌는데,

어느 순간부턴 누군가를

지탱해 주는 기둥이 되어버렸습니다.


제가 흔들리면 그 위에 얹혀 있는 것들도

함께 흔들릴 수 있다는 걸 알기에,

더 이상 가볍게 넘길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나이가 들수록 불안이

자주 고개를 드는 것 같습니다.


과연 제가 지금 가진 것들을

끝까지 지켜낼 수 있을까요.


언젠가 감당해야 할 무게가 저를 찾아올 텐데,

그때 저는 버텨낼 수 있을까요.


하지만 불안 속에서도 저는 압니다.


책임이 무겁다는 건,

제가 지켜야 할 것이 있다는 뜻이고,

누군가 제 어깨를 믿고

기대고 있다는 증거라는 것을요.


불안은 두려움이자 동시에

사랑에서 비롯된 감정이라는 것도요.


그래서 오늘도 다짐해 봅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두렵고 불안해도 괜찮습니다.


다만,

그 무게를 외면하지 않고

조금씩 저답게 버티며 걸어가면 된다고 믿습니다.


그 길 끝에서 언젠가, 제가 지켜낸 것들이

저를 지켜줄 날도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여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