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빛 하나

조용히 머무는 빛에 대하여

by 여백로그


밤이 내린 정원은 생각보다 더 고요했습니다.


비에 젖은 잎 사이로 한 줄기 불빛이 번졌습니다.


그건 크지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따뜻했습니다.


어둠 속에서도 자기 자리를 지키는 빛을 보고 있자니,

이상하게 마음이 차분해졌습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빛나는 게 아니라,

그저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머무는 듯한 불빛이었습니다.


살다 보면 그런 순간들이 있습니다.


누구의 시선에도 닿지 않지만,

그럼에도 계속 버티고 있는 마음.


누군가에게 닿을지도 모른다는 믿음 하나로

자기 빛을 잃지 않는 그런 마음 말입니다.


그 작은 등불을 보며 생각했습니다.


사라지지 않는 마음이란,

아마 이런 게 아닐까 하고요.


비에 젖은 가지 사이에서도 꺼지지 않고,

누군가의 밤을 아주 조금 덜 어둡게 만드는 것.


우리의 마음도 그렇게 남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크게 빛나지 않아도,

조용히 누군가의 어둠에 닿을 수 있기를.


-여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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