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앉지 않은 테이블 앞에서 비로소 숨이 놓였다
불이 켜진 벽등 아래,
아무도 앉지 않은 작은 테이블이 있다.
의자는 두 개뿐이고,
그 사이엔 말보다 먼저 고요가 놓여 있다.
예전의 나는
이런 자리를 보면 불안해졌다.
채워지지 않은 공간은
곧 부족함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사람이 없으면 실패 같았고,
소리가 없으면 뒤처진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늘 무언가를 더 올려놓았다.
말을 얹고, 계획을 늘리고,
나를 설명할 문장을 급히 붙였다.
비어 있는 상태로는
나 자신을 견딜 수 없었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
이런 자리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아무도 앉지 않은 테이블이
누군가를 거절하는 것이 아니라
잠시 쉬어 가라고 말해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시간,
아무 성과도 없어도
존재가 줄어들지 않는 순간.
비어 있음은 결핍이 아니라
회복의 다른 이름이었다.
사람은 종종
자기 삶을 너무 빽빽하게 만든다.
쓸모로 채우고, 의미로 채우고,
타인의 시선으로 빈틈없이 덮는다.
그러다 정작
자기 마음이 앉을자리는 남겨두지 않는다.
이 테이블은 말이 없다.
하지만 분명히 말하고 있다.
지금의 너도 충분하다고.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아도
잠시 머물러도 괜찮다고.
비어 있는 자리는
누군가를 기다리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돌아오기 위해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이제
삶에 일부러 여백을 남긴다.
말하지 않은 감정,
미뤄둔 결론,
아직 이름 붙이지 않은 마음까지도
그대로 둘 수 있도록.
불은 이미 켜져 있고,
의자는 그 자리에 있다.
앉아도 되고,
지나쳐도 된다.
중요한 건
이 자리가 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가끔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하루가
가장 나를 살린다.
-여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