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ADHD 성인이 몰랐던 나의 어린 시절 특성
초등학교 교실. 다른 친구들은 선생님의 말에 집중하고 있었던 것 같은 그 순간에도, 나는 창밖을 바라보며 바람을 느끼고, 흔들리는 나뭇잎을 보고, 참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듣곤 했다. 선생님의 말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고, 새소리와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친구들의 웃음소리, 교실에서 들려오는 시계 소리까지… 이 모든 게 내 머릿속에 동시에 들어오더니, 머릿속이 춤을 추곤 했다.
그때는 몰랐다. 왜 나는 한 가지에만 집중하지 못할까? 항상 주변에 귀와 눈과 마음이 쏠리는지, 내가 산만한 게 아니라 주위가 산만한 건가 싶었고, 다른 아이들과 같이 조용히 앉아 있는 게 왜 그렇게 힘든지, 스스로도 답답했다.
선생님이 한 번 이름을 부르면 대답하지 않았고, 서너 번 불러야 대답을 했으며, 늘 질타를 받곤 했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왜… 나도 집중하고 싶다... 근데 내가 집중하는 건 새소리와 바람을 느끼는 것이고, 시계 소리뿐이야.”
나의 마음을 아무도 몰라줬다는 게 답답했고, 나는 이상한 아이인가? 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조금씩 알아가면서 알게 되었다. 나의 뇌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작동하고 있다는 걸. 고장난 것도, 결함도 아니었다. 그저 '다르다'는 단어가 더 맞는 것 같다.
나는 이걸 고치려고 했고, 스스로를 질타하고, 부끄러워하고, 사랑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지금 돌아보면, ‘다르다’는 그 차이 덕분에 남들이 놓치는 걸 볼 수 있었고, 남들이 듣지 못한 소리를 들을 수 있었으며, 눈치가 빠르다는 말도 듣고, 감성적이고 직관적이라는 말도 들었다.
어라? 이렇게 보면, 강점이 정말 많은 것 같다. 내가 이런 이유는, 스스로를, 아니, 내 방식대로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야 말할 수 있다. 나는 산만한 게 아니라, 풍부하게 느끼는 아이였다고.
“어쩌면 너도 나와 비슷하지 않을까?”
누군가는 나를 보고 산만하다고 했지만, 허허, ADHD 잘 모르는구만. 사실 나는 몰입형이라는 것이다. 관심이 없는 거엔 도무지 마음을 붙일 수 없지만, 좋아하는 일에는 온전히 빠져들었다. 마치 청소기에 빨려 들어가듯이 말이다.
책 한 권을 잡으면 하루 종일 그것만 읽고, 그림을 그릴 땐 다른 생각 없이 그림만 그리곤 했다. 물론 내가 좋아하는 것만 말이다.
내가 하는 일에 몰두할 땐, 주변이 새하얀 도화지처럼 느껴졌고, 아무리 큰 소리로 불러도 못 듣는 건 일쑤였고, 시계는 멈춘 듯 흘러갔다.
문제는 내가 좋아하지 않거나, 중요하지 않다고 느끼는 일엔 그런 집중력이 좀처럼 발휘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걸 이해하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얼마나 애를 썼는지, 매일 밤 눈물을 흘릴 때도 있었다.
답답한 내 마음을 아무도 이해해주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저 나는 집중력이 부족하고 게으른 사람이라고들 생각했기 때문이다. 겉으로만 봤을 땐 말이지.
그치만 나는 산만한 게 아니라, 관심사가 명확하다는 말이 더 맞는 것 같다.
이제는 사람들이 날 부러워한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잘하는지를 안다는 그 자체를.
나는 산만한 게 아닌, 관심사가 명확하다는 이 문장이 따뜻하게 느껴진다. 그때는 나도 몰랐기 때문에 스스로를 자책했고, 지금은 안다. 나는 몰입형 인간이라는 걸.
그리고 그건, 내가 가진 가장 큰 강점 중 하나이다.
“산만한 게 아니라 관심사가 명확했던 것뿐이야.”
사실 ADHD의 단점 중 하나는 꾸준하지 않다는 거다. 이건 나도 인정한다. 그런데 사람들이 늘 나에게 하는 말이 있다.
"세니, 넌 매일 꾸준하지 못해. 그게 문제야!"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럼 너는...? 꾸준해서 성공은 했어?" 라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겉으로는 그렇게 말하지 못했다. 그때 당시에는 꾸준한 게 정답이라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에는 누구보다도 진취적으로, 적극적으로 끝까지 해내는 사람이었다는 거다. 그렇다면 나는 누구보다 더 빠른 시간 안에 일을 마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건데, 사람들은 그냥 대충 한 걸로 오해했다. 그러나 그게 아니다.
나는 새로운 건 언제나 흥미로웠다. 하지만 금세 질리기도 했다. 피아노도, 미술도, 운동도, 책도, 모든 분야에서 그랬다. 시작할 때는 열정! 열정! 열정! 이랬지만, 그 불이 금방 사그라들기도 했다.
어른들이든 친구들이든, '꾸준하지 못하다'는 그 말은 참 마음에 비수를 꽂는 느낌이었다. 나는 내가 정말 그런 사람인 줄 알았고, 스스로를 탓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나는 꾸준하지 못한 게 아니라 흥미를 유지하는 방법을 몰랐던 것뿐이었다.
누군가 내게 흥미를 어떻게 이어갈 수 있는지 알려줬더라면, 또는 내가 그걸 빨리 알았더라면, 조금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계속 새로운 걸 찾아 헤매는 나는 마치 팔차선 도로에 덩그러니 서 있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무섭기도 했다. 또한 자극이 없으면 금방 꺼져버리는, 마치 촛불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나는 게으른 아이가 아니었다. 계속 나를 움직이게 하는 '불꽃'을 찾아 헤매는 아이였다는 걸.
“내게 필요한 건 비난이 아니라 공감과 이해였어.”
어릴 적 내 감정은 롤러코스터라는 비유가 딱 맞았다. 친구랑 조금만 다퉈도 세상이 무너질 것처럼 슬펐고, 선생님 한마디 칭찬에 하루 종일 날아다닐 것처럼 기뻤다.
작은 일에도 내 마음은 쉽게 흔들렸고, 감정의 파도는 늘 내 안에서 세차게 밀려왔다. 그걸 본 사람들은 종종 말했다. “왜 이렇게 유난스러워?” “너는 별것도 아닌 걸로 왜 그렇게 예민한 거야?”
그 말들이 나를 굉장히 힘들게 만들었다. 이것도 내 탓인 것 같았다. 내가 이상한 건가? 아니, 감정이라는 건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있는 거잖아… 스스로를 또 탓했고, 질책했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그게 이상한 게 아니라, 나의 뇌가 세상을 깊게 느끼고 있다는 걸 말이다. 누구보다 마음이 깊다. 라고 해도 된다. 그 격렬한 감정들이야말로 나를 살아 있게 만드는 중요한 언어였다는 걸.
감정을 풍부하게 느낀다는 건, 다른 사람의 마음도 더 쉽게 공감한다는 것이고, 때로는 친구보다 더 먼저 친구의 감정을 알아차리기도 했다.
그게 단점이 아니라, 내가 가진 정말 따뜻한 능력 중 하나였다.
예전에는 감정이 파도처럼 요동칠 때마다 두려움이 컸는데, 지금은 그 감정들이 나에게 파도를 칠 때, 나는 그 파도 위에 올라탄다.
괜찮아. 파도가 오면 그 파도를 이용해 나는 서핑을 하면 돼.
그리고 괜찮아. 그렇게 느껴도 돼. 네 마음은 언제나 진심이었잖아.
그리고 어쩌면, 이 글을 읽는 너도 그랬을지도 모른다...
“감정이 깊은 만큼, 더 따뜻하게 살아갈 수 있어.”
ADHD는 결코 나쁜 특성만 있는 게 아니라, 남들과 다른 뇌의 구조 덕분에 나에게 주어진 특별한 능력들이 참 많다.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늘 마르지 않고, 샘물처럼 쏟아져 나온다.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창의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위기 상황에서도 빠르게 반응해 상황을 유연하게 돌파할 수 있는 능력도 있다.
어릴 땐 그저 단점이라고만 생각했지.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ADHD라는 나의 특성 덕분에 나는 더 특별하고, 더 독특하고, 더 매력적인 사람이라는 걸 스스로 증명할 수 있게 되었다.
어쩌면 너에게도, 아직 발견되지 않은 특별한 능력이 숨어 있을지도 몰라.
“어쩌면 너에게도 숨겨진 특별한 능력이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