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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부모가 아닌 '괜찮은 부모'

나는 최고의 인에이블러였다. 

‘나는 지금 잘하고 있는 걸까?’

거실에 널브러진 장난감과 쌓인 설거지 더미를 보며 이런 생각을 해 본 적 있는가? 부모라면 누구나 느껴봤을 고민이다. 하지만 부모가 반드시 완벽해야 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완벽함을 추구하는 노력은 아이와의 관계를 어렵게 만들 때가 많다.

아이를 키우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와의 관계다. 부모가 아이에게 안정감을 주고, 사랑으로 지지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영국의 정신분석가 도널드 위니콧은 ‘괜찮은 부모(good enough parents)’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부모가 완벽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괜찮은 부모는 실수를 한다. 하지만 그 실수 속에서도 아이는 부모가 자신을 사랑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아이와의 관계를 좋게 유지하려면 무엇보다 함께하는 시간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특별한 계획이나 비싼 선물이 필요하지 않다. 함께 요리하거나 산책을 하거나, 잠들기 전에 짧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아이는 이런 일상 속에서 부모의 사랑을 느낀다. 부모와 함께하는 순간들이 쌓여 아이의 마음속에 행복을 만든다.

완벽한 부모가 되려는 노력은 아이에게도 부담이 될 수 있다. 부모의 높은 기대는 아이를 ‘불안한 모범생’으로 만들기도 한다. 아이는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려다 지치고, 늘 불안해한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실패를 통해 배우고 성장할 수 있도록 부모가 옆에서 지지해 주는 것이다. 부모는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사람이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가 되어야 한다.

어느 날 아이가 넘어졌을 때, 부모는 당황해서 달려가 일으켜 세우곤 한다. 하지만 아이가 스스로 일어날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는 그 과정을 통해 스스로의 힘을 믿고 성장한다. 부모의 역할은 아이가 시행착오를 통해 삶의 지혜를 배우도록 옆에서 지켜봐 주는 것이다.

아이와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내가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는가?’이다. 아이는 완벽하지 않다. 부모 역시 완벽할 필요가 없다. 대신에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를 믿고 스스로 선택할 기회를 주자. 아이가 실패했을 때도, 그 실패를 통해 배울 수 있도록 곁에서 응원해 주자.

완벽한 부모가 되는 것이 아이를 행복하게 하는 길이 아니다. 괜찮은 부모가 되는 것. 그것이 아이에게 가장 큰 선물이다. 지금 이 순간, 우리 아이와 함께 웃으며 보내는 시간 속에 진정한 행복이 있다.


돌이켜보면 나는 최고의 인에이블러였다. 

"그럴꺼면 엄마가 골라. 어차피 내가 맘에 드는 거 안 사줄 거잖아." 입을 옷을 고르면서 실랑이를 하던 중 아들이 이 한마디를 내뱉고 가게를 나가버린다. 자유로운 영혼인 아들은 다소 자유분방한 옷을 계속 집어 들었다. 나는 교회 갈 때도 입을 수 있게 얌전한 옷을 고르라고 아들이 옷을 집어 들 때마다 계속 잔소리를 해댔다. 결국, 아들은 자기의 의상 결정권을 포기해 버린 것이다. 아이의 판단력은 부족하다는 전제를 밑바탕에 깔고 나는 아이의 모든 것을 결정해 주었고 결국, 아이는 질려버린 것이다.

 나는 그것이 아이를 위한 최선이라고 생각했으나, 지나고 돌이켜보면, 아이의 자율성을 해치고 자신의 삶을 수동적으로 살 수밖에 없는 아이로 양육해 낸 것은 결국 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이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점점 더 말하지 않게 되었고 자기 의견보다 타인에게 먼저 맞춰주며 자신을 주장하는 것에서 불안을 느끼게 된 것이다. 

성장 과정에서 있었던 나의 결핍을 나의 아이에게는 겪지 않게 해주고 싶었다. 최고의 것으로 아이를 키우고 싶었다. 2년마다 최신 아이폰으로 바꿔 주었고 비싼 메이커의 옷과 신발을 사주며 아이가 기죽지 않기를 바랐다. 아이의 모든 것을 대신 결정해 주면서 어쩌면 나의 내면아이를 만족시키고자 했던 것은 아닐까? 완벽한 부모를 꿈꿀수록 아들과의 사이는 점점 더 멀어져 갔다. 지금도 가끔은 아들이 고른 옷이 마음에 안 들 때가 있다. 하지만, 그것은 전적으로 아들의 취향이므로 존중해 준다. 이제는 안다. 그것이 완벽한 부모보다 괜찮은 부모가 되는 법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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