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의 나를 존중하는 태도: 자존감
"자존감은 무엇일까요?"
여러 심리학자들의 자존감의 정의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 1890)는 '자존감은 실제 성취와 이상적 성취의 비율이다.'라고 정의했다. 자존감을 성공과 기대 수준의 비율로 설명했다. 즉 우리가 원하는 목표에 비해 실제로 얼마나 성취했는가에 따라 자존감이 달라진다고 봤다. 예를 들어, 기대가 높고 성취가 낮으면 자존감은 낮아지고, 기대보다 성취가 크면 자존감이 높아진다.
칼 로저스(Carl Rogers)는 자존감은 ‘이상적 자아(ideal self)’와 ‘실제 자아(real self)’의 일치 정도라고 정의했다. 인간중심심리학자인 로저스는 자존감을 ‘자기 개념(self-concept)’과 ‘이상적 자아’의 차이로 보았다. 두 자아가 가까울수록 자신을 긍정적으로 느끼며, 멀어질수록 자존감이 낮아진다고 봤다. 핵심은 자기 수용(self-acceptance) -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는 태도다.
에이브러햄 매슬로(Abraham Maslow)는 '자존감은 자신을 가치 있고 유능한 존재로 느끼는 욕구의 충족이다.'라고 정의했다. 매슬로는 자존감을 ‘존경의 욕구(needs for esteem)’로 보았다. 두 가지 구성요소인 자기 존중(self-respect) – '자신이 유능하고 가치 있다고 느끼는 내적 감정'과 타인의 존중(respect from others) – '타인에게 인정받고 존경받는 외적 감정', 이 두 욕구가 충족되면 자신감이 생기고, 그렇지 않으면 열등감이나 무가치감을 느낀다고 했다.
나다니엘 브랜든(Nathaniel Branden)은 '자존감은 자신이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느끼는 자신감과, 자신이 행복할 가치가 있다고 믿는 확신이다.이라고 정의했다. 현대 자존감 연구의 대표적인 인물로 자존감을 ‘자기 효능감(self-efficacy)’ 과 ‘자기 존중(self-respect)’의 결합으로 설명했다. 그는 자존감을 '인간의 심리적 면역체계'로 표현하기도 했다.
모리스 로젠버그(Morris Rosenberg)는 '자존감은 자신에 대한 전반적인 긍정적 혹은 부정적 태도이다.라고 정의했다. 사회심리학자인 로젠버그는 자존감을 '태도(attitude)'의 차원으로 정의했다. 그의 Rosenberg Self-Esteem Scale(RSES)은 오늘날까지 가장 널리 사용되는 측정도구다. 그는 자존감을 일시적인 감정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일관된 평가적 태도라고 보았다.
알프레드 아들러(Alfred Adler)는 '자존감은 열등감을 극복하려는 용기와 사회적 유용감에서 비롯된다.'라고 정의했다. 아들러는 인간을 근본적으로 ‘사회적 존재’로 보았으며, 타인에게 유용하다고 느끼는 사회적 관심(social interest) 속에서 진정한 자기 존중감이 형성된다고 보았다. 즉, '나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다'라는 감각이 아들러가 말한 건강한 자존감의 뿌리다.
학자들에 따라서 정의가 다 다르듯, 우리 모두도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자존감은 다르게 정의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자존감을 '있는 그대로의 나를 존중하는 태도'라고 생각한다. 자존감이 낮던 시절의 나는 나보다 타인의 기준을 늘 더 먼저 고려했고 타인이 만든 기준에 맞추기 위해서 나를 희생했다. 작은 실수도 하지 않기 위해 늘 고군분투했고 타인과의 비교 속에서 부족한 모습을 발견할 때마다 나 자신이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그로 인해 많은 심리적 소진을 경험했다.
하지만 이제 나는 깨닫는다.
자존감은 타인의 시선 속에서 증명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를 어떻게 바라보는가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누군가의 기준에 맞추어 애쓰던 시간은 결국 나를 잃어버리게 만들었고, 그 속에서 나는 늘 불안하고 부족했다. 하지만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기로 결심했을 때, 비로소 마음의 평화가 찾아왔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고, 실수해도 여전히 나는 소중한 존재이며, 남과 비교하지 않아도 나는 나로서 충분하다는 사실을 이제는 조금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나에게 자존감이란, 거창한 성공이나 타인의 인정이 아니라 불완전한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존중하는 용기라고 생각한다.
그 용기 위에서 나는 비로소 온전히 나답게 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