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다양한 주제에 관심을 가져보자.
싱가포르에 온 지 어느덧 6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많은 즐거움이 있었고 많은 배움과 경험이 있었다. 7월 부로 휴직한 이후로는 정말 여유로운,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한가로운 삶을 살고 있고 재충전을 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동시에 이 여유로움이 언뜻 권태롭게 느껴지기도 하고 스스로 정체되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여유로운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이 생활이 가끔씩 답답함이 느껴지기도 하고 어떤 날에는 우울함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유가 무엇일까. 표면적인 이유는 아마 일자리 구하는 것이 생각보다 길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싱가포르에 와서 구한 지도 6개월이 지났고 처음 일자리를 탐색한 것은 작년 11월 즈음부터이니 어느덧 10개월 넘게 일자리를 구하고 있는데 아직 별다른 소득이 없다. 한 분기면 좋은 일자리를 구할 것이라고 자신만만했지만, 생각보다 기회는 쉽게 오지 않았고 제대로 된 면접을 한 번 진행해 본 것도 8월 말이 되어서야 Meta 게임 파트너십 계약직 면접을 봤던 것이 전부였다. (게임 산업에 대한 경험 부족으로 결국 탈락했다.) 그나마 이전보다는 한두 개씩 연락이 오고 있어 조금은 희망이 보이는 것 같지만, 어찌 되었든 아직 일자리를 구하지는 못했고 협의한 Google 퇴사 일자는 조금씩 가까워져오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히 표면적인 이유이다. 내가 답답함을 느끼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내가 '일자리를 구하는 것'에만 치중된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지난 6개월의 시간은 나에게 싱가포르 적응하는 것과 동시에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는 시간이었고, 결과적으로 6개월이 지나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버리니 지난 6개월의 노력은 마치 물거품이 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시간과 열정을 다른 곳에도 쏟아보고자 영어 공부도 조금씩 해보고 데이터 분석 공부, AI 공부도 조금씩 해보았지만, 내가 노력을 들인 다른 주제들도 결국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여러 갈래 중의 하나였다.
이 답답함을 해소하기 위해서, 이 많은 시간과 열정을 현명하게 소비하기 위해서, 그리고 보다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한 곳에만 집중하고 있던 나의 시선을 분산시키고 싶다. 단순히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서 보내는 시간'으로만 이 소중한 시간을 쓰지 않고, 삶의 다양한 주제들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깊이 공부해 보고 내 생각을 정리해 보는 시간으로 이 시간을 써보고 싶다. 올해가 시작할 때 다짐했던 글쓰기의 목적과 같은, 하지만 결국 해내지 못했던 나의 그 올 한 해 버킷리스트를 이제 세 달이 남은 이 시점에 다시 한번 상기시켜 보고 남은 기간 동안이라도 의지 있는 삶을 살아보려 한다.
스스로 가지고 있는 나에 대한 아쉬운 부분은 삶의 여러 다양한 주제들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고, 그것을 대화 주제로 잘 끌어내지 못한다는 점이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소위 '덕후'들을 부러워했다. 어떻게 저렇게 하나의 혹은 다양한 분야들에 대해서 저렇게까지 깊이 몰두하고 그것을 통해 행복을 느낄 수 있는지, 그것이 정말 부러웠다. 친한 친구들과 대화를 할 때에도 나는 커리어 이야기를 비롯해서 내가 알고 있는 소수의 몇 가지 주제를 제외하고는 이야기에 잘 참여하지 못한다. 그것은 아마 내가 삶의 다양한 주제에 대해서 조예가 매우 얕기 때문일 것이다. 커리어처럼 내가 알고 있는 주제가 아닌 경우에는 정말 '할 말'이 없다.
이런 나의 모습이 나는 매력이 없다고 느껴진다. 가볍고 센스 있게 농담을 잘 던지는 사람도 아니고 다양한 주제에 대해서 끊이지 않게 이야기를 이끌어갈 수 있는 능력도 없다. 처음에는 나와의 대화에서 호감을 느끼는 여러 사람들도 내가 커리어 이야기나 재미없는 회사 이야기, 일 이야기로만 집중하는 모습이 보이면 지루해하는 것을 금방 느낄 수 있다. 내가 이렇듯 다양한 주제를 알지 못하고 관심 가지지 못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싱가포르에서의 지난 6개월도 답답하고 나 스스로도 재미가 없다고 느꼈던 것 같다. 조금씩이라도 내 모습을 바꿔보고 싶다. 더 많은 다양한 주제들에 대해서 알아가고 싶고, 저마다의 주제들에 대해서 나만의 가치관을 확고하게 만들어서 어떤 대화를 할 때에도 재미있게 그 대화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것을 위해 '글쓰기'를 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