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 틱톡, 유튜브 등 SNS 안 한다. 게임 안 한다. 웹툰, 웹 소설 안 본다. 집에 TV 없다. 내 폰은 1년 365일 내내 무음이다.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 가장 재밌다고 하는 것들을 다 안 하는 셈이다. 억지로 안 하려고 하는 게 아니고, 별로 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내가 SNS, TV 다 안 본다 했더니, 화상 스페인어 (나보다 한참 어린) 선생님이 "¡Estás aislada!"(너 완전 문명이랑 동떨어져 살고 있구나!) 한다. 오징어 게임 안 봤다고 하니까 "Eres la única coreana que no ha visto Squid Game." (한국인 중에 오징어 게임 안 본 사람은 네가 유일할 것 같다.)고 한다. SNS와 드라마는 안보지만, 신문은 매일 보니까 뭐 세상 돌아가는 건 안다. 영상보다 글을 읽는 걸 좋아해서 책을 볼 뿐이다.
심심한 시간에 혼자 뭐 하고 노냐 하면, 산책할 때는 그냥 새소리 바람 소리 듣고 주변 풍경 본다. 버스 타고 갈 때는 창가 자리 앉아서 계속 바깥 풍경 보면서 멍 때리고, 러닝 할 때는 아예 스마트폰을 두고 나간다. 내가 사는 빌라 옥상에 가서 하늘이랑 구름이 둥둥 떠다니는 거 구경한다. 내가 키우는 식물들 가만히 들여다보며 관찰한다. 스마트폰에서 고개를 들어서 주변을 보면 신기하고 예쁜 것들이 참 많다. 심심함은 견뎌야 하는 게 아니라 즐겨야 하는 게 아닐까. 혼자 사는 사람이든 아니든지 간에, 아이든 노인이든지 간에 누구에게나 심심한 시간은 언제든 생기기 마련이니.
추위를 많이 타는 터라 내가 좋아하는 바깥활동(자전거, 산책, 러닝, 등산)을 못하니, 요즘은 집에서 심심하게 놀아야 한다. 하지만 겨울은 나의 심심한 시간을 뺏어간다. 해도 짧고 날씨도 추워서 계속 잠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물론 잠은 나에게 매우 중요해서 겨울에는 거의 하루 9시간씩 잔다. 주말엔 낮잠도 1시간씩 잔다. 주말에는 밀린 청소, 빨래하고 요리하고 밥 먹고 나면, 하루가 다 가버려서 심심할 시간이 거의 없다. 열심히 심심해하고 있지만 더 격하게 심심하고 싶다!
혼자 사는 우리 집은 늘 조용하다. TV 소리도 유튜브 소리도 음악소리도 없다. 나는 아무런 소리가 없는 이 고요한 정적을 좋아한다. 처음에 내가 '고요한 정적'이 좋다고 했더니 사람들은 '혼자 산 지 얼마 안 돼서 그래'했다. 혼자 산지 3년이 넘은 지금도 처음처럼 이 고요한 정적이 너무나 좋다. 아무것도 안 하고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아도 편안하다.
나도 예전에는 심심함을 견디지 못했다. 쉴 새 없이 스마트폰 스크롤을 내리고, 연락처를 뒤져서 누군가에게 연락하곤 했다. 여러 가지 모임들에 나가기도 했다. 혼자 아무것도 안 하고 있을 때의 공허함, 외로움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몰랐다. 지금 생각해 보니 밀려오는 파도를 보며 지레 겁먹고 발버둥 치고 허우적대는 꼴이었다. 그냥 편하게 힘 빼고 몸을 맡기면 되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