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에 대하여
난 매 순간 상실을 떠올렸다. 그가 없다면, 네가 없다면, 그것이 없다면. 수 백번의 가정 속 수 천 번의 상실은 오만하게도 여전히 이성의 공간이었다. 철저하게 준비하면 막을 수 있을 거라고 장담했다. 초연하게 대처할 수 있으리라 다짐했다. 적어도 이렇게 아프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현실에서 맞이한 상실은 오롯이 감성의 영역이었다. 단 한 부분도 이성이 끼어들 틈은 없었다. 상실의 공포는 생각보다 깊었고 어두웠고 길었다.
나는 현재 철저하게 분노를 탐험하는 중이다. 분노의 공은 별 다른 목적지와 이유 없이 사방으로 튀어나간다. 분노는 가장 먼저 나를 향해 날아왔다. 내가 무엇을 했더라면 또는 무엇을 하지 않았더라면 결과는 달라졌을까. 밤낮으로 끝 모를 가정과 자책이 이어졌다. 답을 구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안다. 인지적 오류라는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단지 이 미성숙한 감정을 누군가에게 쏟아내고 싶을 뿐이다. 설사 그 분노가 나를 죽이고 있을지라도. 딱 이 시간만큼은 그를 내 머릿속에 가득 채우고 싶을 뿐이다. 분노는 너무나 처절하고 처연해서 평소에 그렇게도 외면했던 가장 추잡스러운 나를 꺼냈다. 나의 생각을, 나의 시간을, 나의 삶을 가장 어리숙하게 만들었다.
나와 남겨진 우리는 최선을 다해 이별을 외면하는 중이다. 평소와 같이 웃고, 만지고, 응시한다. 가끔 무거운 공기가 공백을 가득 채울 때면 서로의 눈을 피해 한숨을 작게 내쉴 뿐이다. 그렇게 멋지게 아니, 멋없게 각자 다른 곳에서 같은 슬픔을 소화하고 있었다. 이별을 뜻하는 모든 단어와 행동은 우리에게 암묵적으로 금기되었다. 대신 우리는 핸드폰을 들었고 최대한 많은 순간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가장 사소한 모습까지 단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은 사람들처럼.
여전히 나는 혼돈의 시간을 걷고 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눈물이 난다. 하늘을 보면 심장이 조여 온다. 상실 후의 삶이 이전과 같을 수 있을까.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다만 확실한 것은 너를 사랑할 수 있어서 참 행복했다는 것.
아무래도 나는 너를 못 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