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대하여1

사랑에 대하여 1

by 이민주

난 사랑을 하는 사람들이 참 신기했다. 서른 해 동안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을 만큼 몽글몽글한 감정을 나눴고, 그중 몇몇과는 이보다 더 깊은 관계가 되기도 했다. 그렇다고 지나간 그들을 사랑했냐고 묻는다면 입을 꾹 다물 수밖에 없다. 그들을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사랑이라는 감정은 내게 너무 낯설기 때문이다. 하루에도 수십 가지의 감정이 오가고, 책과 영화를 보면 어김없이 눈물을 흘리는 내게 유독 사랑이라는 감정만은 서른 해가 지나도록 작은 그림자조차 보여주지 않았다.


내가 사랑이라는 단어를 포기하게 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처음 누군가를 소개받는 자리? 아니면 그 누군가가 나의 일상이 되어가는 무렵? 그것도 아니라면 서로가 다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는 시간? 돌이켜보면 나에겐 그 모든 과정들이 버거웠다. 처음 누군가를 소개받기 위해 황금 같은 시간을 쪼개 어렵사리 약속을 잡는 것도, 마주 보며 어색하게 식사를 하는 것도, 힐끔힐끔 시계를 쳐다보며 헤어지기 가장 적당한 시간을 고르는 것도, 내겐 퇴근 후 또다시 출근을 하는 것만큼 힘든 자리였다. 설사 그 출근이 좋은 성과를 가져와 서로가 서로의 일상이 되어갈 무렵 또 다른 퀘스트가 시작되었다. 자주 보고 싶어 하는 그와 일주일에 한 번도 벅찬 나, 좀 더 오래 있고 싶어 하는 그와 일찍 집에 가고 싶은 나, 작은 것도 공유하고 싶어 하는 그와 매몰차게 선을 그어버리는 나. 계속되는 불편함을 끝내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갈 때면 함께했던 시간들은 작은 상흔조차 남기지 않고 원래 없었던 일처럼 너무 자연스럽게 제 자리를 찾아갔다. 매일 저녁 핸드폰을 붙잡고 잠들기 아쉬워하고, 일주일에 몇 번이고 서로를 보고 싶어 하고, 이별의 아픔에 못 이겨 술과 눈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이 낯간지러운 사랑의 증거들은 야속하게도 내게 단 한 번도 찾아온 적이 없었다.


단지 궁금했을 뿐이었다. 오랜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는 사랑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인지. 그대가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내가 사랑하면 된다는 이 맹목적인 사랑은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보기만 해도 웃음 나고 행복해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우정과 사랑은 어떻게 다른지. 난 제일 먼저 책과 영화에서 그 답을 찾아 나섰다. 그 다음은 가족, 마지막은 친구와 동료. 그러나 그 어느 곳에서도 명쾌한 답을 찾을 수가 없었다. 이 우스운 호기심이 무성애자라는 나름의 합리적인 의심에 가까워져가고 있을 무렵, 아주 의외의 곳에서 오랫동안 묻혀있던 정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10년을 함께한 그 녀석, 나의 가족, 나의 동생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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