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30대에게1

나의 30대에게 1

by 이민주

안녕, 드디어 만났네.

내가 너를 처음 떠올리게 된 것은 아마 갓 스무 살이 된 어느 날이었을 거야. 그전까지는 왜 너를 떠올리지 않았냐고 묻지 말아 줘. 마치 꼬마들이 유치원선생님에게 “선생님도 엄마가 있어요?”라고 묻는 거랑 같거든. 10대 소녀에게 30대는 결코 오지 않을 다른 차원의 세계였으니까.


내 기억이 맞다면 넌 대학교 신입생 OT가 있던 날 내 머릿속에 들어왔어. 난 그날도 한참을 침대에 누워 망설였어. 그때도 지금만큼이나 겁이 많았거든. 억지로 참석한 OT에서 인생그래프를 그리는 시간이 주어졌어. 모두가 차례로 발표를 하고 드디어 내 차례가 돌아왔어. 난 차근차근 내가 살아온 인생의 굴곡과 앞으로의 계획을 설명했어. 발표를 마치고 고개를 들자 분위기가 꽤 묘하더라고. 내 인생그래프는 30살에 끝나있었거든. 팀원들은 다시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나에게 여러 질문을 던졌어. “ 왜 30살이야?”, “너무 이르지 않아?”, “무슨 일 있어?” 난 그 질문에 그저 웃기만 했어. 나도 몰랐거든. 왜 나의 인생그래프는 30살에서 멈춰졌는지. 왜 그 이후가 떠오르지 않았는지. 또 하나 고백하자면 그날이 내 인생그래프의 마지막 날이었다 해도 나에겐 하나도 이상할 게 없었어. 그래서 내겐 삶의 이유가 필요했어. 그래도 내 그래프의 끝인 너를 만나야 했으니까.


삶의 이유를 찾기 위한 여정은 가장 가까운 곳, 바로 나로부터 시작했어. 거창하게 말했지만 그냥 조금 더 깊은 굴속으로 들어갔을 뿐이야. 조금 더 혼자 있었고, 조금 더 생각이 많아졌고, 조금 더 나를 부풀렸어. 그럴수록 더 외로워졌고, 복잡해졌고, 초라해졌어. 그래서 이번에는 나의 여정의 방향을 굴 밖으로 틀었어. 남미로 봉사활동을 떠났거든. 봉사활동은 나름 재밌었어. 해외로 나와 본 것도, 동료봉사자와 함께 생활하는 것도, 새로운 문화를 접하는 것도 모두 처음이었거든. 문제는 여전히 난 겁 많고 소심한 어린아이였다는 거야. 타인의 시선과 행동에 한없이 작아지는 못난 나는 변하지 않더라고. 결국 난 또다시 굴 속으로 도망쳤어. 이로써 나 자신이 싫어진 이유가 하나 더 추가된 셈이지. 그래도 완전한 실패는 아니었나 봐. 처음으로 내일이 기다려지는 일이 생겼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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