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30대에게 2
내일이 오길 기대하게 만든 것은 다름 아닌 여행이었어. 남미에서 처음 먹어 본 엠빠나다는 어쩜 그리 맛있고 길거리에 널려있던 망고는 왜 이리 달콤하던지 도통 기억에서 잊혀지지가 않더라고. 처음이었어. 나의 세계가 아닌 곳이 궁금해 진 것은. 덕분에 내 일상은 더 바빠졌어. 여행자금을 마련하려면 학기 중에도 일을 해야 했거든. 그렇게 알바란 알바는 전부 섭렵하고 방학만 되면 혼자 배낭을 메고 비행기에 올랐어. 지금 생각해 보면 난 참 운이 좋았어. 매 여행마다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거든. 분명 나 혼자 떠난 여행이었는데 비행기 안 옆 자리에서, 길을 걷다가, 밥을 먹다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만난 낯선 사람과 어느새 여행길을 함께 걷고 있었어. 정말 웃기지. 한국이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행동이었을 텐데 말이야. 이런 게 날 설레게 했어. 직업도 성별도 나이도 제 각각인 사람들이 만나 과거를 나누고 추억을 공유하는 것 말이야. 내일은 어딜 갈까, 뭘 먹을까. 우리는 함께 고민하고 함께 웃음을 나눴어. 물론 매 순간 웃기만 했던 것은 아니야. 여자 혼자 하는 여행은 예상치 못한 일이 종종 일어나기도 하거든. 하지만 이마저도 결국 웃긴 추억으로 남더라고.
내 20대를 꼬박 채운 여행은 내 모든 것을 변화시켰어. 참 신기하지. 그렇게 날 힘들게 했던 것들도 이 행복 앞에서는 티끌이 되어버리고, 또 다시 굴 속으로 돌아가고 싶은 그런 날이면 그 때의 추억이 떠올라 웃음 짓게 되고, 당장 내일도 궁금하지 않았던 내가 방학이 오길 목 빠지게 기다리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으니까.
몇 년 전 여름, 대학생 때부터 그렇게도 꿈에 그리던 제주도 올레길을 완주했어. 완주증을 받고 숙소에 돌아와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자축하고 있었어. 다리는 팅팅 붓고, 발가락은 마디마디마다 물집이 잡혀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 '아, 나 참 멋있다. 내 30대는 얼마나 더 멋있을까'
그래서 삶의 이유를 찾았냐고? 30년 살아보니까 삶의 이유는 별거 없더라.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해 주는 모든 사람들이 행복한 것' 그러려면 '내가 제일 먼저, 제일 많이 행복할 것!'
이 단순한 진리가 결국 날 살게 하더라고. 아무래도 오늘 밤엔 내 인생그래프를 연장해야겠어. 내 40대는 얼마나 더 멋질지 직접 만나야겠거든.
반가워, 나의 30대. 앞으로 10년간 잘 부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