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빛 안부
봄빛 안부
나뭇가지 끝에 동그랗게 맺혀있는 꽃봉오리가 이제 봄이 왔다고 속삭였다. 주말오후 느지막이 나선 산책길에 가득한 사람들이 또다시 봄이 왔다고 전해주었다. 봄은 나에게 너의 안부를 묻는다. 꼭 이맘때쯤 네가 떠오르는 것은 사진첩 가득한 봄빛의 설렘을 띄어 보낼 사람이 없어서일까. 아님 시답잖은 날씨이야기로 서로의 하루를 응원해 줄 사람이 없어서일까. 손짓 한 번이면 언제든 닿을 수 있는 인연인데 오늘도 수 없이 고민만 하다 내일로 또 내일로 묻어두기로 했다.
둘만 있어도 웃음이 끊이지 않았던 그 시절의 우리는 많은 것을 함께했고 모든 것을 공감했다. 불완전했던 나에게 너는 유일한 완성이었기에 그 끝 또한 영원할 것이라고 믿었다. 분명 우리는 같은 길을 걷고 있었다. 우리는 서로의 성공에 함께 축복하고, 서로의 아픔에 함께 울었다. 언제였을까. 나의 전부였던 네가 나의 손을 놓게 된 것은. 적어도 나에겐 아주 사소한 일이었다. 그러나 나에겐 보이지 않는 티끌과 들을 수 없는 잡음이 너에겐 꽤나 큰 불쾌함이었나 보다. 난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해하려 했다, 이해해 야하만 했다. 네가 없는 우리는 상상해 본 적이 없었으니까. 나의 사과는 안타깝게도 너에게 충분한 위로가 되지 않았나 보다. 난 너를 놓친 그 자리에서 봄빛 가득한 바람이 불어올 때면 있는 힘껏 너의 안부를 물었다. 몇 번의 꽃이 피고 졌을까. 드디어 봄바람이 너의 소식을 전해주었을 때 다시 너와 함께할 생각에 마냥 행복했다. 그때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건 너를 기다리던 그 시간이 나에게 큰 상처였다는 것.
우리가 떨어져 있던 시간은 서로를 더 먼 곳으로 데려다 놓았다. 행동과 일상, 직업과 가치관 우리는 많은 것이 달라져있었다. 어긋난 시각과 불편한 이야기도 이해하지 못할 건 없었다. 그냥 내가 물러나면 되는 일이니까. 여전히 넌 너무나 소중했기에 난 최선을 다해 널 존중했다. 이번에도 아주 사소한 일이었다. 아주 작은 티끌과 잡음이었다. 이번에는 다를 거라고 생각했다. 너와 나는 그저 그런 관계가 아니었으니까. 그러나 이전에 손을 놓친 그곳에서 우린 또다시 서로의 손을 놓았다.
오늘도 봄은 나에게 너의 안부를 묻는다. 가만히 흉터가 되어버린 상처를 생각하다 이내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아무래도 오늘은 안될 것 같다. 내일로, 어쩌면 내년으로 묻어두기로 했다.
언제나 행복하길, 항상 좋은 일만 함께하길. 여전히 사랑하는 너의 안녕을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