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눈이다.
밤하늘은 하얀 눈들과 섞여 보라색과 회색이 섞인 그런 색으로 변했다.
이 첫눈을 그대로 보내면 앞으로의 모든 것들을 첫눈처럼 무심히 흘려보낼 것 같아 굳이 문을 열어 미련하게 추위를 견디고 있다. 양말을 신고 담요를 덮고, 책을 읽다 창가를 쳐다본다.
창문 밖 밑을 내려다보니 눈이 쌓여있다.
사람들이 눈을 밟고 걷는다. 오독오독 눈을 밟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분리수거를 하러 가다 우연히 첫눈을 맞이했고, 까만 하늘에서 내려오는 눈들을 가만히 올려다보았다.
오늘 하루 중 제일 즐거운 시간이었다. 눈을 감상하는 와중에도 가만히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내 모습이 바보같아 보여 괜히 촬영하는 척 카메라를 올리고 눈은 하늘에 고정시켰다.
오늘의 눈의 기세는 쉽게 꺾이지 않을 것 같다.
내일이면 소복하게 쌓여있겠다.
눈을 감상하곤 집에 오자마자 캐롤을 틀었다.
캐롤을 튼 순간 번개가 번쩍하더니 근래 들어본 소리 중 가장 큰 천둥도 쳤다.
캐롤이 아니라 베토벤의 월광이라도 틀어야 할 것 같은 긴장감이 느껴졌다.
눈에 천둥번개라니 첫눈 한번 요란하다. 게다가 밑에 집에서는 남녀가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악에 받친 여자의 소리와 그만하라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참 요란한 순간이다.
지금도 무심히 창밖을 보았는데 번개가 쳤다.
눈에 천둥번개 조합은 흔하지 않으니 오늘은 캐롤이 베토벤에게 양보를 좀 해줘야겠다
기억에 남을 것 같은 첫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