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50일, 예상치 못했던 입원

정신없었던 그날의 응급실

by 온 이든

첫째가 생후 50일도 되지 않았을 때였다.
갓난아이는 모유만 먹으면 분수처럼 토를 해댔고, 초보 엄마였던 나는 혹시 ‘유문협착증’은 아닐까 겁이 났다. 남편과 아이를 안고 가까운 대학병원 소아응급실로 급히 향했다.


응급실에서는 기본 혈액검사를 진행하겠다는 설명을 들었다.
그 당시 나는 14년 차 간호사였다. 아이의 혈관 상태를 본능처럼 확인했고, 통통한 팔 속으로 24G 바늘 정도는 어렵지 않게 들어갈 것이라 판단했다.


하지만 채혈 과정은 예상과 달랐다.
담당 간호사는 긴장한 듯 보였고, 혈관을 찾는다며 알코올 솜으로 소독한 부위를 맨손으로 다시 눌러 확인했다. 일반 혈액검사만 한다는 설명을 들었기에 그 순간에도 말을 아끼며 상황을 지켜봤다.


바늘이 들어간 뒤에는 더 혼란스러웠다.
연결 부위에서 피가 흘러내려 내 옷을 적셨고, 간호사는 남편에게 “아버님, 검체 보틀 좀 잡아주세요!”라고 요청했다. 순간 마음 한편은 계속 불안했다.


그 와중에 또 하나 눈에 들어온 장면이 있었다.
미화 여사님이 바닥을 청소하던 대걸레로 의료폐기물 통에 쌓인 거즈를 꾹꾹 눌러 담고, 별다른 세척 없이 그대로 응급실 바닥을 다시 닦아 지나갔다. 감염 관리가 중요한 공간이라는 걸 알기에 불편함이 남았다.


다행히 초음파 검사에서는 유문협착증이 아니라는 소견이 나왔다.
안도하며 집으로 돌아왔지만, 그 평온은 오래가지 않았다.


며칠 뒤 병원에서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혈액 균 배양검사에서 피부 상재균이 자랐습니다. 패혈증 위험이 있어 입원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균 배양검사를 시행한다는 안내를 들은 적이 없었다.
그리고 그날의 술기 과정과 환경을 떠올리면, 이 결과가 실제 감염인지 채혈 중 오염인지 판단이 어려웠다.


이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가 있었다.


혈액 균 배양검사는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이므로, 무엇보다 ‘무균술(aseptic technique)’이 중요하다.
멸균 장갑을 착용하고, 소독한 부위를 다시 만지지 않으며, 환경적 오염을 최소화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이 원칙이 지켜지지 않으면 검체는 쉽게 오염되고, 실제 감염인지 술기 중 발생한 오염인지 구분할 수 없다.


그날의 과정들을 떠올리면 오염 가능성을 무시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생후 50일도 되지 않은 아이에게 “혹시라도 정말 감염이면?”이라는 두려움이 더 컸다. 결국 아이는 입원했고, 항생제 치료가 시작되었다.


고사리 같은 손등에 바늘이 꽂혀 누워 있는 아이를 보며, 나는 미안함과 화나는 마음 사이에서 밤을 지새웠다.


퇴원 후 우리는 병원에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설명이 없었던 혈액 균 배양 검사, 감염관리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채혈 과정, 환경관리의 미흡함까지 조목조목 전달했다.
병원에서도 일부 과정에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했고, 입원비 전액 환불과 위로금을 받게 되었다.


물론 그 금액이 아이가 겪었던 고생을 되돌려줄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그 입원이 질병 때문이 아니라, 처치 과정의 빈틈에서 비롯된 일이었다는 사실을 인정받은 셈이었다.


이 경험을 통해 나는 다시 배웠다. 의료진도 완벽할 수 없고, 병원 시스템에도 빈틈은 존재한다는 것. 그래서 보호자는 ‘불신’이 아니라 ‘확인’으로 아이 곁을 지켜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 확인은 의료진과 맞서는 일이 아니라, 함께 더 안전한 방향을 찾는 과정이어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이제, 아이를 위해서라면 조금 더 꼼꼼한 엄마가 되려고 한다. 그것이 그날의 경험이 내게 남겨준 가장 큰 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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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든의 덧붙임

- 유문협착증: 위와 십이지장의 경계인 '유문'이 두꺼워져 길이 좁아지며, 먹을 때마다 분수토를 하는 소아 질환입니다. 복부 초음파로 진단하며 수술하면 빠르게 회복됩니다.


- 24G(게이지) 바늘: 주삿바늘의 굵기를 나타내는 단위입니다. 숫자가 클수록 바늘이 더 가늘며, 24G는 어린이나 노인처럼 혈관이 약한 대상에게 주로 사용됩니다.


- 일반 혈액 검사: 빈혈, 염증 수치 등을 확인하는 기초 검사로, 응급실에서는 거의 기본 절차처럼 시행됩니다.


- 혈액 균 배양 검사: 혈액 속에 세균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정밀 검사입니다. 검체에 외부 균이 섞이면 안 되기 때문에, 멸균 장갑 착용 등 철저한 무균술이 필수입니다.


- 피부상재균 (Staphylococcus epidermidis): 우리 피부에 원래 존재하는 흔한 균입니다. 혈액 배양검사에서 이 균이 검출되면, 실제 감염보다는 채혈 과정에서 섞여 들어간 ‘오염’ 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 그럼에도 입원 치료를 한 이유: 생후 50일 미만 신생아는 면역력이 매우 약합니다. 만약 진짜 감염이 있었다면 상태가 빠르게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의료진은 오염이 의심되더라도 ‘만일의 위험’을 막기 위해 선제적으로 입원 및 항생제 투여를 원칙으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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