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붕 두 우주: 너무 다른 남매 관찰기

완벽주의 아이돌 첫째 vs 자존감 대장 둘째

by 온 이든

1. 첫째 (초1): 성실함과 호기심, 그리고 끝없는 몰입

초등학교 1학년인 첫째는 배우는 일이라면 뭐든 재미있다고 말하는 아이다. 피아노, 미술, 태권도, 영어, 수학까지. “그냥 다 재미있어!”라며 반짝이는 눈으로 이야기를 쏟아낸다.


성실함이 몸에 밴 아이. 그만큼 궁금한 것도 많다. 길을 걷다 보면 사소한 것에도 자주 멈춰 선다. “엄마, 저건 왜 그래요?” “저건 어떻게 된 거예요?”


질문은 끝이 없고, 가끔은 이제 그만 물어봤으면... 싶을 때도 있다. (^^;;) 그 호기심은 동생에게까지 향한다. 동생이 공부하고 있으면 옆에 와서 참견을 시작한다.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알려주고, 설명하고, 가르치려 든다. 물론 동생은 그런 오빠가 너무 귀찮다. (ㅎㅎ)


좋아하는 것 앞에서는 몰입력이 대단하다. 나는 레고 완제품을 거의 사주지 않는데, 아이는 집에 있는 브릭 상자 몇 개로 자기만의 세계를 만든다. 스타워즈 전쟁 기지, 블랙 펄 호, 트랜스포머 옵티머스와 범블비까지. 매일 새로운 작품이 탄생한다.


어떤 한 가지에 특출난 재능이 있다기보다, 여러 가지를 골고루 잘하는 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즐겁게 한다는 것이다. 음감도 좋고 노래를 좋아해 교회 찬양단 싱어를 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아이는 스스로 세운 기준이 꽤 높다. 1급부터 15급까지 받아쓰기 시험을 보는 중 줄곧 100점을 받아오다가, 중간에 딱 한 번, 한 문제를 틀려 90점을 받은 날이 있었다. 그날 아이는 학교에서 혼자 울고 집에 왔다. 그 한 번의 실수를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모양이다.


다행히 혼자 잘 추스르고 돌아왔고, 이후 마지막 시험까지 모두 다시 100점을 받았다. 완벽을 향한 열정이 기특하면서도, 그 부담이 아이에게 너무 크지 않을까 마음이 쓰인다. 어쩌면 엄마의 'T 성향' 잔소리가 한 몫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문득 마음 한구석이 찡해지는 아이다.


그런데 반전은, 이 아이가 인기를 즐길 줄 안다는 것이다. 유치원 때 별명은 ‘태권도를 잘하는 멋진 아이돌’. 본인도 그 별명을 은근히 좋아했다. 초등학교에 올라와 예전만큼 주목을 받지 못해 잠시 서운해하더니, 수많은 아이에게 둘러싸여 관심을 듬뿍 받고 온 날은 집에 와서 한참을 자랑했다.


주목받는 걸 좋아하고, 그 인정을 즐기는 아이. 웃을 때면 눈이 반달처럼 휘어진다. 그 눈웃음으로 사람들에게 점수를 꽤나 따는 아이다. 자신만의 확실한 생존 전략을 가진 8살의 일상을 나는 묵묵히 지켜본다.


2. 둘째 (6세): 잠이 가장 중요한 아이, 자유로운 영혼

여섯 살 둘째는 첫째와 모든 면에서 다르다. 하고 싶은 건 열심히 하고, 하기 싫은 건... 절대로 안 한다. 자유로운 영혼, 그 자체다.


이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건 '잠'이다. 졸리면 무조건 자야 한다. 장소와 상황은 중요하지 않다.


2년 전 어린이집 소풍날, 다른 아이들이 뛰어놀 때 이 아이는 조용한 평상을 찾아 누웠다. 보다 못한 선생님이 돗자리를 깔아주고 휴대용 이불까지 덮어주셨다고 한다. 그리고 귀가할 때까지... 야외에서 꿀잠을 잤다. 수영장에서도, 키즈카페에서도 마찬가지다. 졸리면 그냥 잔다. 그래서인지 크게 아픈 적도 없고 회복력도 좋다.


그리고 이 아이는... 음치다. 모든 노래의 음정이 거의 같다. 그런데 가사는 기가 막히게 외운다. 매일 유치원에서 새로운 노래를 배워오는데, 어떤 날은 5~6곡을 가사 하나 틀리지 않고 연달아 부른다. 음정은 전부 비슷한데도 말이다. (ㅎㅎ) 그럼에도 늘 당당하고, 노래 부르는 걸 정말 좋아한다.


첫째처럼 성실하고 두루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 번뜩이는 순간이 있다.


첫째 숙제를 봐주느라 둘째에게 시간을 많이 못 썼는데, 한글 자음과 모음 조합법을 몇 번 배우더니 어느 날부터 혼자 책을 술술 읽기 시작했다. 정말 놀랐다. 혼자 있는 시간이 너무 심심해서... 스스로 살아남는 법을 터득한 걸까?


장래희망은 매일 바뀐다. 어느 날은 화가, 어느 날은 발레리나, 어느 날은 수학자라고 한다. 재능은... 잘 모르겠다. (ㅋㅋ) 그저 귀여울 뿐이다.


취향은 또 얼마나 모순적인지. 옷, 신발, 소지품에 빠짐없이 분홍색이 들어가 있는데도, 본인이 가장 싫어하는 색은 '분홍색'이라고 말한다. 오빠의 참견과 잔소리를 극도로 귀찮아하면서도, 세상에서 오빠가 제일 좋다고 말한다.


둘째에게는 생후 7개월 때부터 함께 자란 절친이 있는데, 워낙 예쁘게 생겨서 유치원 남자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친구다. 그런데 둘째는 전혀 주눅 들지 않는다. 오히려 친구의 인기를 본인이 더 자랑스럽게 말한다.


“너 좋다는 친구는 없어?”라고 물으면, 아이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한다.


“응, 없어!”


너무나 당당하다. 주변의 시선이나 인기에 연연하지 않는, 저 확고한 자존감이 귀여우면서도 좋다. 남이 뭐라든 나만의 속도로 숨을 고르는 6살의 방식이 가끔은 나보다 낫다는 생각도 든다.


3. 오늘도 스펙터클

성실하게 자리를 지키는 첫째와, 힘들면 기꺼이 쉬어가는 둘째.


너무 다른 두 우주를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런 생각이 든다. 삶에는 정답 같은 방식이 없다는 것, 누군가는 끝까지 해내며 버티고 누군가는 잘 쉬어가며 버틴다는 것.


오늘도 이 집은 시끄럽고 정신없지만, 각자의 속도로 하루를 건너는 연습이 한창이다. 그걸 지켜보는 일만으로도 나는 꽤 괜찮은 하루를 살아낸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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