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엔 가장 사랑스러운 폭탄이 산다.

명랑만화 주인공, 여섯 살 둘째

by 온 이든

우리 집 둘째는 여섯 살이다. 세상에서 제일 귀엽고, 제일 엉뚱하고, 제일 예측 불가능한 나의 작은 카오스다.


첫째가 성실과 몰입, 관찰력이 몸에 밴 '다큐멘터리' 장르라면, 둘째는 존재 자체가 '명랑만화'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액션이 섞인 명랑만화다.


이 아이 덕분에 우리 집에서는 매일 예측 불가능한 에피소드가 생성된다. 문제는 그 에피소드의 결말이, 종종 웃음보다 '사건 사고 보고서'로 끝난다는 점이다.


늘 시작은 순수한 사랑이었으나, 끝은 본의 아니게 파괴적이었던. 우리 집 '사랑스러운 파괴왕'의 대표적인 기록 세 가지를 남겨본다.


1. 부러움과 동경으로: 오빠의 세계 파괴

첫째는 매일 레고 창작물을 만든다. 스타워즈 전쟁 기지, 비밀 주차장, 우주선과 미래 장갑차... 그 세계는 첫째의 자부심이자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될 보물이다.


하지만 둘째에게 그것은 ‘너무 멋지고 부러워서, 꼭 만져보고 싶은 장난감’ 일뿐이었다.


"우와! 오빠! 이거 진짜 멋지다!!!"


감탄과 함께 달려든 둘째는 레고 작품을 와락 움켜쥐고 힘껏 흔들었다.


콰창- 우수수수...


순식간에 요새는 산산조각이 났고, 첫째의 비명이 집 안을 가득 채웠다. 자신의 완벽한 세계가, 동생의 과격한 애정으로 인해 무참히 무너진 순간이었다.


절망하는 오빠 옆에서 둘째는 조금은 미안한 표정으로, 그렇지만 여전히 해맑은 눈으로 말했다.


"오빠... 미안해. 난 그냥 멋져서..."


... 얘야, 그 마음은 알겠지만 오빠의 저 울 것 같은 표정을 좀 보렴. 그건 오빠가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해 만든 작품이란다.


2. 효도라는 이름의 참극: 아빠의 종아리

퇴근 후 지친 아빠를 본 둘째는 효도를 결심했다. "아빠, 내가 종아리 마사지해 줄게! 힘내!"


고사리 같은 손, 아니 발로 아빠의 종아리를 밟아주기 시작했다. 여기까지는 아름다운 효도의 현장이었다. 하지만 둘째는 아빠의 종아리가 강철이 아니라는 사실을 미처 생각지 못했다.


무슨 비장한 각오였는지, 둘째가 갑자기 아빠의 종아리 위에서 온 체중을 실어 힘차게 뛰어올랐다.


"뚜둑!"


그 둔탁한 소리와 함께 외마디 비명이 터져 나왔다. 결과는 종아리 근육 파열.


병원을 다녀와 한동안 절뚝거리는 아빠를 보며, 둘째는 울먹이며 물었다.


"아빠, 많이 아팠어? 미안해 아빠... 아프지 말라..."


효도를 향한 과도한 열정이 불러온 대참사였다. 그날 이후 우리 집에서 '발 마사지'는 당분간 금지되었다.


3. 사랑 고백의 대가: 엄마의 코

가장 황당하고 충격적인 사건의 피해자는 바로 나였다. 어느 날 주방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거실 끝에서부터 둘째가 나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왔다.


"엄마아아아! 나 할 말 있어~~~!!!"


얼마나 급하고 중요한 이야기였길래 저런 속도로 달려올까. 나는 젖은 손을 닦으며 흐뭇하게 아이를 맞이하려 허리를 숙였다. 하지만 아이의 속도는 내 예상보다 훨씬 빨랐다.


"빡!"


둘째의 단단한 이마가 내 얼굴 정중앙을 그대로 강타했다. 별이 보인다는 게 이런 걸까. 나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고, 코에서는 욱신거리는 통증이 밀려왔다.


순수한 일념으로 엄마에게 달려온 결과는 [코뼈 골절].


병원에 다녀온 뒤, 코 보호대를 찬 내 얼굴을 본 둘째는 조심스레 코를 어루만지며 말했다.


"엄마 많이 아팠어...? 아프지 말라... 미안해..."


"괜찮아, 아까 엄마한테 하려던 말은 뭐였어?"


"아! 그냥 엄마 사랑한다고 말하려고..."


아이의 맹목적인 사랑은 때때로 이렇게 물리적인 피해로 돌아온다. 사랑한다는데, 코가 부러져도 웃어야지 어쩌겠는가.


4. 오늘도 평화롭지는 않다.

이 모든 일이 가까운 시기에 일어났다. 그리고 레고 파괴는 사실 거의 매일 일어나는 일이다. (^^;;)


이 아이는 우리 집의 오프닝도, 엔딩도, 특별편도 맡고 있는 작고 강한 주인공이다. 예측은 불가능하지만 재미는 보장되고, 정신은 없지만 결말은 대부분 따뜻하다.


사랑은 늘 계획대로 오지 않지만, 우리는 그 사고를 수습하며 하루를 넘긴다. 부서진 레고를 다시 맞추고, 다친 몸을 달래고, “아프지 말라”는 서툰 주문에 마음이 먼저 낫는 집.


나는 오늘도 두근거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이 집의 다음 장면을, 무사히 넘길 하루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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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든의 덧붙임

- "아프지 말라..." 누가 조금만 아프다고 해도 주문처럼 외우는 우리 둘째만의 말투입니다. 이상하게도 그 말을 들으면 진짜 조금 덜 아픈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ㅎㅎ)


- 다행히 아빠의 종아리와 엄마의 코는 모두 잘 붙어서 회복되었습니다. 레고는... 첫째의 대단한 의지로 첫 작품보다 더 멋지게 복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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