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마음이라는 게 참 단순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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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첫 아이를 출산했다. 서른여덟, 만 나이로도 서른여섯. 소위 말하는 노산이었다.
그 시절 나의 가장 큰 걱정은 단 하나였다. 아기가 건강하게, 문제없이 태어나느냐.
산전 검사를 받으며 주치의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양수검사 해야 할까요?”
선생님은 웃으며 말했다. “그 정도로 노산은 아닙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말 한마디가 얼마나 큰 위로였는지 모른다. 결국 혈액 검사로 유전자 검사를 진행했고, 다행히 아무 이상 없다는 결과를 받았다. 그렇게 임신 기간을 무사히 보내고 출산을 한 달 정도 앞둔 시점. 자연분만이냐, 제왕절개냐를 결정해야 했다.
담당 주치의는 조심스럽게 제왕절개를 권유했다. 나이도 있고, 아기 자세도 아주 이상적이진 않다고. 그래도 나는 왠지 자연분만을 하고 싶었다. 딱히 대단한 이유는 없었다. 그냥... 왠지.
결정을 미룬 채 출산 예정일 2주 전까지 일을 하다가 휴직에 들어갔다. 그리고 예정일보다 일주쯤 전 어느 날 집에 있는데 느낌이 이상했다. 병원에 갔더니 이미 양수가 터져 있었다.
그날 당직 의사는 꽤 연륜 있고 러프한 분위기의 선생님이었다.
“자연분만 하고 싶어요?”
“네.”
잠시 고민하던 선생님은 이렇게 설명해 주셨다. “지금 아기 자세가 썩 좋지는 않은데, 오른쪽으로 돌아누워서 계속 그 자세로 진통하면 머리 위치가 조금 바뀔 수도 있어요.”
그렇게 옥시토신 주사를 맞고 나는 진통을 시작했다. 그리고 무려 21시간, 정말 단 한 번도 돌아눕지 않고 오른쪽 벽만 바라본 채 진통을 했다.
21시간 뒤 나는 분만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무사히 자연분만을 했고 아기 체중은 3.7kg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3.7kg 자연 분만이라니... 나 정말 수고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아기가 나오자마자 울지를 않았고,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알고 보니 태변을 먹고 나온 상황이었다. 조산사가 계속 suction을 했고 태변을 어느 정도 제거한 뒤에야 아기는 울음을 터뜨렸다.
그날 밤, 이런 설명을 들었다.
“산소 치료를 해보고 내일까지 상태가 크게 좋아지지 않으면 큰 병원으로 전원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출산 후 지친 몸이었지만 나는 밤새 제대로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아기를 보러 갔을 때, 다행히 상태는 많이 호전되어 있었다. 산소도 필요 없다는 말, 그 순간의 안도감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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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2년 뒤, 나는 마흔에 둘째를 출산했다. 이번에는 정말 노산이었고 몸 상태도 첫째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 임신성 당뇨가 진단되고 걱정의 종류가 더 늘어났다. 그래도 두 번째 경험이라 그랬는지 겁은 오히려 줄어 있었다.
예정일이 가까워졌을 무렵 진통이 시작됐는데, 나는 그것을 가진통이라 생각했다. 진진통이라 하기에는 불규칙적인 것 같기도 했고...
진통이 올 때면 아파서 한참을 웅크리고 있다가 잠시 잠잠해지면 집안 정리를 하고, 다시 아파지면 또 웅크리고 괜찮아지면 샤워를 하고... 그런 식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가진통이라기에는 너무 아팠다. 결국 병원에 갔더니 “자궁경부 7cm 열렸습니다.”라고 했고, 그날 당직 선생님이 웃으며 말씀하셨다. “이 정도까지 참으셨으면 지금 무통주사 안 하셔도 되겠는데요?”
그렇게 둘째는 병원 도착 후 한 시간 만에 자연분만 했고 체중은 2.9kg이었다. 태어날 때는 하위 10%였는데 첫 영아 건강검진 때는 상위 2%로, 둘째 아이는 인생 초반부터 반전 서사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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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는 아들, 둘째는 딸.
두 아이 모두 임신 기간 내내 내가 바랐던 것은 늘 같았다. 건강하게만 태어나라. 그것 하나면 충분했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다. 건강하게 태어나고 무럭무럭 잘 자라주고 지금까지 별다른 문제없이 잘 지내고 있는데도, 사람 욕심이라는 게 참 끝이 없다.
한글은 왜 이렇게 더디게 느껴지고, 구구단은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는 것 같고, 받아쓰기 점수 하나에도 괜히 마음이 출렁인다. 조금만 더 잘했으면 좋겠고, 조금만 더 빨랐으면 좋겠고,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욕심은 늘 그렇게 아주 그럴듯한 얼굴로 찾아온다.
건강하게만 태어나기를 바라던 시간들이 있었다. 그 간절함만으로도 마음이 가득 찼던 시절. 지금의 아이들을 바라보면 이미 충분히 잘 자라고 있는데, 나는 또 무언가를 더 바라고 있다.
그래서 가끔은 마음속으로 조용히 되뇐다. 초심으로 돌아가자. 이렇게 별처럼 예쁜 아이들이 나에게 온 것에 감사하며, 하루하루 잔소리보다 웃음을 조금 더 보태고, 욕심보다 마음을 조금 더 내려놓고, 넘치는 사랑으로 채워주며 살아가기를...
사랑하기에도 부족한 시간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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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시토신(Oxytocin):
자궁 수축을 유도하고 분만을 돕는 호르몬이다. 유도분만 과정에서 원활한 자궁 수축을 돕는 주사제로 흔히 사용된다.
- 양수검사(Amniocentesis):
태아의 건강 상태나 유전적 이상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산모의 자궁 내 양수를 소량 채취하는 정밀 검사이다. 과거에는 35세 이상이면 필수처럼 권장되었으나, 최근에는 혈액 검사(NIPT)의 발달로 고위험군 결과가 나오거나 정밀한 확진이 필요한 경우에만 선별적으로 시행한다.
- 태변(Meconium):
아기가 태어나서 처음 보는 대변이다. 보통은 출산 후 배설하는 것이 정상이나, 분만 과정에서 아기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엄마 뱃속에서 미리 배설하기도 한다. 아기가 이를 흡입하게 되면 호흡 곤란 등 위험한 상황(태변 흡입 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어 빠른 처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