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이렇게편지썼다-제1권48편

뭣이 제일 더러운데?

by 신동혁

디모네, 요한, 누가형제에게,

샬롬


그저께,

화장실 유리에 붙여 놓았던 저의 칫솔과 컵이 떨어졌습니다.

습기 때문에 그들을 지탱하던 고리의 부착력이 약해졌거든요.

둘째 아들은 샤워 도중 발견한 그 추락체를 세면대에 가지런히 옮겨 놓았습니다.


같은 날 저녁

전 그 부상병들로 양치질을 하였습니다. 아주 즐거운 마음으로.

그런데 계속해서 그 낙하물에 대한 의문이 가시지를 않더라고요.

‘그대로 직하했다면 변기 주위에 있는 하수구 근처였을텐데….’

‘그랬다면 세균이 득시글거리는 그곳과 접촉을 하였을 것이고…’

‘결국 통성명조차 하지 않은 정체불명의 미생물들과 키스를 하였단 말인가?’


생각하면 할수록 찝찝한 나머지 막내에게 물었습니다.

“아들아! 아빠 칫솔이랑 컵, 어디서 주웠니?”

다행히도 제가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았던 용의자는 아니었습니다.

불행히도 범인은 저의 용의 선상에 올랐던 악당보다 훨씬 강력한 흉악범이었습니다.

“화장실 변기 속에서!”

“뭐라고! 장난치는 거지?”

“정말이야. 예수님 이름 걸고 맹세”

“얘~야~! 다시 말해봐. 웃기려고 거짓말한 거지?”

“아니라니까, 아빠한테 이야기한다는 것 깜빡했어.”

‘아! 제발 농담이라고 말해줘. 플리즈…’

결국 변기 속에서 세례 받은 중생자들로 아무런 성결의식을 거치지 않은 채 정화 행위를 한 것입니다.

물과 성령이 아닌, 세균으로 거듭난 칫솔로.


‘하필이면 평소보다 더 신령과 진정으로 구석구석 닦았는데….’

안타깝게도 마지막 지푸라기였던 가그린은 아무리 찾아도 보이 질 않았습니다.

‘현재 내 입속에는 대장균과 노로바이러스 및 그의 일당들이 도대체 얼마나 있을까?’

‘그들의 전 거주지는 첫째일까, 둘째일까, 날까 아니면 복수일까?”

‘갑자기 급성대장염으로 병원에 실려가는 심각한 사태가 벌어지는 건 아닐까?”

새로운 칫솔로 세 번이나 연거푸 닦았지만 마음의 동요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헉!

배에 힘이 꾹 하고 들어가는 걸 보니 그 불청객들의 흥건한 파티가 벌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52도 마오타이주에 혀가 꼬불어진 듯한 십이지장충까지 합세해서 말입니다.

‘싸이의 흠뻑쇼가 별안간 내 배 속에서 벌어지다니!’


-다음 서신에서 계속-


세균스타일의 “오 섹시 레이디~”가 배를 쿡쿡 찌르던 그 현장에서,

전 정말 간절히 기도를 올렸습니다.

‘오! 주여! 저! 신동혁! 행복동에 온 지 이제 겨우 1년 반 되었습니다. 십자가는 고사하고 나무조각 한번 만져 보지 못한 채 이렇게 갈 수는 없습니다.

본향에서 사람들이 뭐라고 하겠습니다.

쯧쯧! 저 신동혁이는 배탈로 급사해서 달려갈 길을 마쳤데! 출발도 못해보고 말이야!”

헤드라인 “이거 실화냐! 신동혁 화장실 변기 속 세균들과 키스한 뒤 사망!”

사설 “달려간 길 전혀 없는 달려갈 길은 도대체 어떤 길인가!”

댓글공감 1위: 음욕을 품다 못해 대장균들이랑 그 짓을!

-본향일보-


‘아! 24년 뒤 홀리네이션스에서 두 번째 간증을 하리라는 그 굳은 서원은 이렇게 물거품으로 끝나는 것인가?’

침이 말라야 되는 상황인데도 반대로 왜 그리 많이 고이던지요!

그러나 세균덩어리로 변신한 그 애물단지들을 도저히 삼킬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싸이만도 벅찬데 프레디 머큐리와 몽세라카바예의 듀엣까지!

이는 상상만 해도 끔찍했기 때문입니다.

뱉고, 뱉고, 또 뱉고.

그러다 보니 나중에는 입안이 헐어버린 것 마냥 쓰렸습니다.


‘사마리아여인에게 말씀하신 그 생수펌프회사가 내 오장육부로 이전했나?’

제 온몸은 그야말로 흠뻑 빠져 버렸습니다. 끝없이 용출하는 그 후쿠시마산 타액 속으로!

이제는 뇌하수체마저 완전히 장악하고 선탠까지 하고 있는, 그 미세한 단체관광객들을 바라보며 망연자실하고 있던 저에게, 주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변기 속에 있는 애들은 축에도 못 끼는 오염물질과 평생을 더불어 살았으면서 왜 그리 오두방정이냐!”

“주님! 화장실 변기 속 보다 더 더러운 게 어디 있나요?”

“너 성경 허투루 읽었구나?”

“내가 이번만은 알려줄 테니까 빨간색연필로 밑줄 잘 그어라”

“네 알겠습니다.”

“뭐긴 뭐야! 네 마음이지!”

그로부터 43시간이 지난 현재,

전 이렇게 무사히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변사체로 발견될 위기(?)의 순간에서 극적인 구출(?)을 해 주신 주님께 영광을! 할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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