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편 하가시노 게이고
김 씨는 오전 6시에 출근한다.
40년째 같은 시간이다.
그가 창고 문을 열고 들어서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있다.
"자 슬슬 시작해 볼까"
계란 상자 앞에 선다.
하나씩 들어 올려 흔들어본다.
혹시 깨진 건 없는지.
그의 손길은 느리지만
아주 정확하다.
아침 8시
진열 직원이 카트를 끌고 온다.
"김 부장님! 계란이요!"
"응 여기 이거야. 유통기간부터 다 꼼꼼히 체크했어"
짧은 대화지만,
그 속엔 깊은 신뢰가 담겨 있다.
계란이 카트에 실린다.
우유도 따라간다.
라면이, 과자가, 그리고 음료가.
김 씨는 창고 안을 천천히 걷는다.
어제와 똑같은 풍경.
내일도 똑같을 풍경.
그런데 오늘만큼은 좀 다르다.
왼쪽 구석 음료 박스 하나가 조금 삐뚤어져 있다.
그는 곧바로 달려가
상자를 반듯하게 고쳐 놓는다.
"됐어~!"
누가 알아줄까?
손님은 모른다.
사장님도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괜찮다.
그는 안다.
이 창고가 무너지면 마트도 흔들린다는 것을.
자기 손이 닿은 달걀 한 판이 누군가에게 커다란 행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오후 5시 퇴근 전,
그는 다시 상자들을 확인한다.
"자! 그럼 내일 보자"
김 씨의 따스한 손길 속에
오늘도 마트가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