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창고를 주제로 한 상생교향곡
제1악장-문학

제3편 프란츠 카프카

by 신동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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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창고지기 K


오전 6시.

K는 마땅히 그래야 하는 시간에 출근했다.

12년째 같은 시간이다.

왜 이 시간인지는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았다. 다만 어긴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고, K는 그 이유를 묻지 않는 법을 오래전에 배웠다.

창고 문이 열린다. 철제 문이 바닥을 긁는 소리가 텅 빈 통로에 울린다. K는 늘 하던 대로 작게 중얼거린다.

"자, 시작해야지."

이 말은 누구에게 하는 것인가?

K 자신도 모른다.

다만 이 말을 하지 않으면 하루가 시작되지 않을 것 같은 막연한 불안이 있었다.


그의 발걸음은 계란 상자 앞에서 멈춘다.

상자를 하나씩 들어 올려 조심스레 흔들어본다. 혹시 깨진 것은 없는지.

이 점검은 어떤 규정집에도 적혀 있지 않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다. 하지만 K는 이것을 빠뜨리면 어딘가에서 자신의 이름이 기록되리라는 것을 희미하게 느낀다. 검은 잉크로. 붉은 밑줄과 함께.

그의 손길은 느리다. 하지만 그 느림 속에 오차를 허용하지 않으려는 집요함이 있다. 그는 이것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묻지 않는다.

묻는 순간, 모든 것이 무너질 것 같으므로.


아침 8시. 진열 직원이 카트를 끌고 나타난다.

"김 부장님! 계란이요!"

"응, 여기. 가져가."

대화는 이것이 전부다. 그들은 서로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 않는다. 굳이 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계란, 우유, 라면—상품들은 차례로 카트에 실려 문 너머로 사라진다.

K는 그 문 너머를 "매장"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정확히 무엇이 있는지는 알지 못한다. 그에게 허락된 세계는 이 창고뿐이었다.

가끔 K는 생각한다. 저 문 너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손님들이 웃고 있을까, 아니면 불평하고 있을까? 하지만 이런 생각은 곧 사라진다. 그것은 그의 관할이 아니기 때문이다.


K는 창고 안을 천천히 걷는다.

왼쪽 통로. 음료 박스들이 벽을 이루고 있다. 오른쪽 통로. 라면 상자들이 천장 가까이 쌓여 있다.

어제와 똑같은 풍경. 내일도 똑같을 풍경. 이 반복만이 K를 안심시킨다.

변하지 않는 것. 예측 가능한 것. 그것만이 견딜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오늘, 무언가 어긋나 있다.

왼쪽 구석. 음료 박스 하나가 열에서 벗어나 조금 삐뚤어져 있다. 불과 3센티미터. 누구도 알아채지 못할 정도의 어긋남.

하지만 K는 알아챘다.

그는 곧바로 달려간다. 상자를 반듯하게 고쳐 놓는다. 손이 미세하게 떨린다. 왜 떨리는지 모르겠다.

다만 이 3센티미터의 어긋남이 방치되었다면, 무언가 되돌릴 수 없는 일이 일어났으리라는 확신이 있었다.

"됐어."

K는 숨을 내쉰다. 아무도 보지 않았다. 아무도 알지 못한다. 이 작은 교정이 얼마나 중요한 것이었는지.


오후 5시. 퇴근 시간이 다가온다.

K는 다시 한번 통로를 걷는다. 상자들을 확인한다.

이상 없음.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다. 적어도 오늘은.

그는 창고 문 앞에 선다. 뒤를 돌아본다. 어둑한 창고 안에서 상자들이 침묵하고 있다. 그들은 내일도 K를 기다릴 것이다. 모레도. 그다음 날도.

K는 문을 닫으며 중얼거린다.

"내일 보자."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는 여전히 모른다.


K의 고독한 순례 속에, 오늘도 창고가 돌아간다. 아무도 묻지 않는 질서 위에서. 아무도 보지 않는 헌신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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