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창고를 주제로 한 상생교향곡
제1악장-문학

제4편 알베르 카뮈

by 신동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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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행복한 돌멩이


이 대리는 오후 9시에 출근한다.

계약직 18개월째, 매일 같은 시간. 낮에 진열된 물건들이 밤새 팔려나가고, 그가 다시 채운다. 내일 아침이면 또 비어 있을 것이다. 이 대리는 그것을 안다.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창고 깊숙한 곳, 생수 팔레트 앞에 선다.

2리터짜리 12개들이. 한 박스에 24킬로그램. 그것이 오늘의 돌덩이다. 이 대리는 팔레트 위에 올라서서 땀을 닦는다.

"자, 시작하자."

가장 무거운 박스를 들어 올린다. 어깨에 얹는다. 한 걸음, 두 걸음. 진열대까지 열다섯 걸음. 그는 이 숫자를 외우고 있다. 박스를 내려놓는다. 돌아온다. 다시 든다. 다시 걷는다.

그의 팔이 떨린다. 하지만 쌓아 올린 탑은 기울지 않는다.


밤 11시. 파트너 직원 박 씨가 옆을 지나간다.

"이 대리님, 뭐 그리 열심히 쌓아요? 새벽이면 또 다 빼갈 건데."

"알아."

이 대리는 짧게 답한다.

"내일 다시 채우면 돼."

박 사원은 어깨를 으쓱하고 지나간다. 이 대리는 그의 등을 보지 않는다. 이미 다음 박스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새벽 2시. 생수가 끝났다.

음료로 넘어간다. 냉동식품. 라면. 과자. 물건들은 그의 손을 거쳐 선반 위로 올라간다. 내일이면 손님들의 카트에 실려 사라질 것들. 그리고 모레 밤, 이 대리는 다시 같은 자리에 서 있을 것이다.

이것이 끝나는 날은 오지 않는다. 이 대리는 그것을 안다.

그런데도 그는 쌓는다.


새벽 4시. 이 대리는 창고 안을 천천히 걷는다.

자신이 쌓아 올린 것들을 본다. 생수 탑. 음료수 벽. 라면 산맥. 모두 반듯하다. 흔들림이 없다. 완벽하지는 않아도, 충분히 좋다.

그는 생수 탑 앞에서 멈춘다. 잠시 바라본다.

내일 아침이면 이것은 사라진다. 손님들이 하나씩 가져갈 것이다. 저녁이면 빈 선반만 남는다. 그리고 밤이 오면 이 대리는 다시 여기 서 있을 것이다. 같은 박스를 들고. 같은 열다섯 걸음을 걸으며.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이 탑은 여기 있다. 그가 쌓았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이 대리는 조용히 웃는다.


새벽 5시. 퇴근 시간.

그는 창고 문 앞에서 뒤를 돌아본다. 어둠 속에서 상자들이 질서 정연하게 서 있다. 내일이면 무너질 질서. 하지만 오늘 밤은 그가 만든 세계다.

이 대리는 문을 닫으며 중얼거린다.

"내일 또 보자."

그의 발걸음은 가볍다.


산을 오르는 것이 형벌이라면, 이 대리는 스스로 산을 선택한 사람이다.

그는 돌멩이를 밀어 올린다. 돌멩이는 굴러 내려온다. 그는 다시 밀어 올린다.

그리고 그 순간, 그는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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