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편 레프 톨스토이
정 여사는 오후 4시에 배송 박스를 접는다.
허리가 뻐근하다. 아침부터 서 있었다. 하지만 손을 멈출 수는 없다. 트럭이 5시에 출발하기 때문이다.
그녀 앞에 물건들이 놓여 있다. 두부 한 모. 콩나물 한 봉지. 계란 한 판. 그리고 아이스크림.
정 여사는 아이스크림을 집어 든다. 바닐라맛. 누군가 주문한 것이다. 누군지는 모른다. 얼굴도, 이름도, 어디 사는지도. 다만 이것이 오늘 저녁 누군가의 디저트가 될 것이라는 것만 안다.
그녀는 드라이아이스를 꺼낸다.
아이스크림 옆에 하나. 위에 하나. 아래에도 하나. 꼼꼼하게 감싼다. 녹으면 안 된다. 도착했을 때 물이 되어 있으면 안 된다.
"아가, 녹지 말고 잘 가."
그녀는 혼잣말을 한다. 아이스크림에게 하는 말이다. 아이스크림은 대답하지 않는다. 하지만 정 여사는 개의치 않는다. 말을 해야 마음이 실리기 때문에 그렇게 했을 뿐이다.
옆에서 일하던 젊은 아르바이트생이 묻는다.
"이모님, 누구한테 보내는 건지 아세요?"
"몰라."
"근데 왜 그렇게 정성스럽게 싸요? 대충 넣어도 모를 텐데."
정 여사는 손을 멈추지 않고 답한다.
"사람이잖아."
"네?"
"받는 사람. 얼굴은 몰라도 사람이야."
아르바이트생은 잘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다. 정 여사는 더 설명하지 않는다.
그녀는 생각한다.
저녁에 누군가 이 박스를 열 것이다.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아이가 먼저 뜯을 것이다. 아이스크림을 발견하고 좋아할 것이다. 식구들이 둘러앉아 밥을 먹을 것이다. 두부를 썰고, 콩나물을 무치고,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을 나눠 먹을 것이다.
그 장면을 정 여사는 보지 못한다. 아마도 평생 보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안다. 그 식탁이 존재한다는 것을. 그리고 자신의 손이 거기에 닿아 있다는 것을.
마지막 박스를 닫는다.
테이프를 붙인다. 송장을 확인한다. 카트에 싣는다. 트럭이 기다리고 있다.
정 여사는 박스들을 트럭에 올린다. 하나, 둘, 셋. 아이스크림이 든 박스는 맨 마지막에 올린다. 가장 조심스럽게.
"잘 가."
트럭 문이 닫힌다.
오후 5시. 트럭이 출발한다.
정 여사는 멀어지는 차를 본다. 빨간 브레이크등이 모퉁이를 돌아 사라진다. 그녀는 그제야 허리를 편다. 뻐근하다. 하지만 나쁘지 않은 뻐근함이다.
그녀는 창고로 돌아간다. 내일 또 박스가 올 것이다. 또 다른 두부, 또 다른 콩나물, 또 다른 아이스크림. 그리고 그녀는 또 드라이아이스를 챙길 것이다. 녹지 않게. 도착할 때까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정 여사는 그 질문에 답할 수 없다. 철학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책을 많이 읽지도 않았다.
다만 그녀는 안다.
얼굴 모르는 사람의 저녁 식탁을 생각하며 드라이아이스를 하나 더 넣는 것.
그것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전부라는 것을.
그리고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