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창고를 주제로 한 상생교향곡
제2악장-음악

제1편 바흐

by 신동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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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질서의 건축가


정 씨는 오전 4시면 창고에 도착한다.

아직 어둡다. 환풍기가 돌아가는 소리, 냉동고의 웅웅 거림. 이 소리들이 창고를 채우고 있다. 정 씨는 이 소리를 좋아한다. 규칙적이기 때문이다. 예측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는 장갑을 끼고 팔레트 앞에 선다.


수백 개의 박스가 쌓여 있다.

어제 들어온 것들. 크기가 다르다. 무게가 다르다. 모양이 다르다. 누군가는 이것을 혼돈이라고 부를 것이다. 하지만 정 씨에게 이것은 아직 정리되지 않은 것들일 뿐이다.

그는 일을 시작한다.


가장 먼저 무거운 것.

생수 박스. 24킬로그램짜리. 이것이 바닥에 간다. 토대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토대가 흔들리면 전체가 무너진다.

그다음 중간 것.

라면 상자. 과자 상자.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것들. 이것들이 중간층을 이룬다. 위와 아래를 연결한다.

마지막으로 가벼운 것.

휴지. 물티슈. 부피는 크지만 무게는 적은 것들. 이것들이 맨 위에 올라간다.

무거운 것 위에 가벼운 것. 넓은 것 위에 좁은 것.

이것이 질서다.


정 씨는 박스를 쌓는다.

하나, 둘, 셋. 그의 동작은 느리지 않다. 하지만 급하지도 않다. 일정한 속도. 일정한 간격. 그는 이 리듬을 흐트러뜨리지 않는다.

동료가 옆을 지나며 묻는다.

"정 씨, 그렇게 꼼꼼하게 맞출 필요 있어요? 어차피 낮에 다 빼갈 건데."

정 씨는 손을 멈추지 않고 답한다.

"기울면 무너져."

"조금 기울어도 괜찮지 않아요?"

"조금이 쌓이면 많이가 돼."

동료는 어깨를 으쓱하고 지나간다. 정 씨는 개의치 않는다.


그는 안다.

자신이 쌓는 이 박스들이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는 것을. 질서라는 것을.

오늘 자신이 만든 이 구조 위에서 내일의 작업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기울어진 토대 위에서는 아무것도 제대로 서지 못한다는 것을.


오전 8시. 정리가 끝났다.

정 씨는 뒤로 물러서서 자신이 만든 것을 본다. 팔레트들이 줄을 맞추고 서 있다. 완벽한 직각. 완벽한 수평. 박스와 박스 사이, 손가락 하나 들어갈 틈이 없다.

아무도 이것을 보지 않을 것이다. 낮 직원들은 여기서 물건을 꺼내갈 뿐이다. 이 정렬이 얼마나 정확한지 알아채지 못할 것이다. 알아챌 필요도 없다.

하지만 정 씨는 안다.


그는 땀을 닦는다.

창고 안은 여전히 환풍기 소리와 냉동고 소리로 가득하다. 규칙적인 소리들. 그 소리들 사이에서 정 씨가 만든 질서가 조용히 서 있다.

그는 장갑을 벗으며 생각한다.

혼돈에서 질서로. 흩어진 것에서 모인 것으로. 그것이 자신이 하는 일이다. 매일 아침 4시에 와서, 8시까지, 이 창고에 구조를 세우는 것.

누구를 위해서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이것이 옳다는 것은 안다.


정 씨는 퇴근 카드를 찍는다.

내일도 4시에 올 것이다. 내일도 박스가 쌓여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다시 질서를 세울 것이다.

그것이 그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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