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창고를 주제로 한 상생교향곡
제2악장-음악

제3편 베토벤

by 신동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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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고난을 뚫고


박 과장은 오후 1시에 창고에 들어선다.

오늘 들어온 물량이 많다. 평소의 두 배. 팔레트가 통로까지 밀려 나와 있다. 누군가는 한숨을 쉴 것이다. 박 과장은 한숨 대신 장갑을 낀다.

그는 가장 무거운 것부터 시작한다.


생수 박스. 24킬로그램.

그는 피하지 않는다. 가벼운 것 먼저 하면 나중에 힘이 빠진다. 어려운 것을 먼저 끝내야 한다. 그것이 그의 방식이다.

박스를 든다. 옮긴다. 내려놓는다. 다시 돈다. 다시 든다.

그의 동작은 빠르지 않다. 하지만 멈추지 않는다.


후배 직원이 주저앉는다.

"과장님, 오늘은 너무 많아요. 내일로 좀 미루면 안 될까요?"

박 과장은 박스를 내려놓고 후배를 본다.

"안 돼."

"왜요?"

"내일은 내일 물량이 온다."

그는 다시 박스를 든다. 후배는 잠시 앉아 있다가 일어선다. 박 과장을 따라 움직이기 시작한다.


저녁 8시.

아직 끝나지 않았다. 박 과장의 셔츠는 땀으로 젖었다. 허리가 욱신거린다. 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는다.

멈추면 끝나지 않는다. 멈추면 내일이 더 힘들어진다. 멈추면 자신에게 진다.

그는 계속 움직인다.


저녁 9시.

마지막 박스를 제자리에 놓는다.

박 과장은 뒤로 물러서서 창고를 본다. 모든 팔레트가 정렬되어 있다. 통로가 비어 있다. 아침에 보았던 혼돈은 사라졌다.

그가 만든 질서가 거기 있다.


후배가 옆에 와서 선다.

"과장님, 진짜 다 했네요."

박 과장은 대답하지 않는다. 땀을 닦을 뿐이다.

후배가 다시 묻는다.

"왜 이렇게까지 해요? 월급 더 주는 것도 아닌데."

박 과장은 잠시 생각한다. 그리고 답한다.

"그냥."

"그냥요?"

"못 이기면 기분이 안 좋아서."


그는 창고 문을 닫는다.

몸이 무겁다. 내일 아침에 근육이 아플 것이다. 하지만 나쁘지 않은 무거움이다.

그는 오늘 졌을 수도 있었다. 내일로 미룰 수도 있었다. 포기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끝냈다.


박 과장은 퇴근 카드를 찍는다.

어둠 속으로 걸어 나간다. 발걸음이 느리다. 하지만 가볍다.

내일 또 물량이 올 것이다.

그는 또 이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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