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편 드뷔시
민 대리는 오후 늦게 출근한다.
창고의 높은 창으로 햇살이 비스듬히 들어온다. 먼지가 빛 속에서 천천히 떠다닌다. 민 대리는 잠시 그것을 본다. 경계가 없다. 어디서 시작하고 어디서 끝나는지 알 수 없다.
그는 도자기 구역으로 간다.
오늘 할 일은 포장이다.
깨지기 쉬운 것들. 찻잔, 접시, 화병. 민 대리는 박스를 열고 완충재를 꺼낸다. 그의 손이 움직인다.
느리게. 조심스럽게.
그는 서두르지 않는다.
동료가 옆을 지나며 묻는다.
"민 대리, 열 개만 싸면 되는 거죠? 왜 이렇게 오래 걸려요?"
민 대리는 손을 멈추지 않고 답한다.
"깨지면 안 되니까."
"에어캡으로 한 번 싸면 되잖아요."
"두 번 싸야 안심이 돼."
동료는 고개를 갸웃하고 지나간다. 민 대리는 신경 쓰지 않는다.
그는 찻잔을 들어 올린다.
창에서 들어오는 빛이 찻잔 표면에 닿는다. 흰색이 아니다. 아이보리색도 아니다. 빛의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색. 이름 붙일 수 없는 색.
민 대리는 그것을 잠시 본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에어캡으로 감싼다.
시간이 지난다.
창으로 들어오던 빛이 기울어진다. 오렌지색이 된다. 그림자가 길어진다. 창고의 분위기가 달라진다. 아까와 같은 공간이지만, 같은 공간이 아니다.
민 대리는 그 변화를 느낀다.
설명할 수는 없다. 다만 느낀다.
밤이 된다.
형광등이 켜진다. 빛이 균일해진다. 그림자가 사라진다. 아까의 분위기는 더 이상 없다. 대신 다른 분위기가 있다. 고요하고 밀폐된 분위기.
민 대리는 마지막 박스를 닫는다.
열 개. 전부 포장했다. 하나도 깨지지 않았다.
그는 창고를 돌아본다.
박스들이 줄지어 있다. 반듯하다. 하지만 민 대리의 눈에는 박스보다 그 사이의 공간이 보인다. 빛이 지나갔던 자리. 그림자가 머물렀던 자리.
내일이면 이 박스들은 배송될 것이다.
누군가의 집에 도착할 것이다. 찻잔이 꺼내질 것이다.
민 대리는 그 장면을 상상하지 않는다. 너무 먼 이야기다.
그는 창고 문을 나선다.
바깥공기가 습하다. 비가 왔던 모양이다. 바닥에 물웅덩이가 있다. 가로등 빛이 그 위에 비친다. 흔들린다.
민 대리는 잠시 그것을 본다.
그리고 걸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