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창고를 주제로 한 상생교향곡
제2악장-음악

제4편 드뷔시

by 신동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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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빛이 머무는 시간


민 대리는 오후 늦게 출근한다.

창고의 높은 창으로 햇살이 비스듬히 들어온다. 먼지가 빛 속에서 천천히 떠다닌다. 민 대리는 잠시 그것을 본다. 경계가 없다. 어디서 시작하고 어디서 끝나는지 알 수 없다.

그는 도자기 구역으로 간다.


오늘 할 일은 포장이다.

깨지기 쉬운 것들. 찻잔, 접시, 화병. 민 대리는 박스를 열고 완충재를 꺼낸다. 그의 손이 움직인다.

느리게. 조심스럽게.

그는 서두르지 않는다.


동료가 옆을 지나며 묻는다.

"민 대리, 열 개만 싸면 되는 거죠? 왜 이렇게 오래 걸려요?"

민 대리는 손을 멈추지 않고 답한다.

"깨지면 안 되니까."

"에어캡으로 한 번 싸면 되잖아요."

"두 번 싸야 안심이 돼."

동료는 고개를 갸웃하고 지나간다. 민 대리는 신경 쓰지 않는다.


그는 찻잔을 들어 올린다.

창에서 들어오는 빛이 찻잔 표면에 닿는다. 흰색이 아니다. 아이보리색도 아니다. 빛의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색. 이름 붙일 수 없는 색.

민 대리는 그것을 잠시 본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에어캡으로 감싼다.


시간이 지난다.

창으로 들어오던 빛이 기울어진다. 오렌지색이 된다. 그림자가 길어진다. 창고의 분위기가 달라진다. 아까와 같은 공간이지만, 같은 공간이 아니다.

민 대리는 그 변화를 느낀다.

설명할 수는 없다. 다만 느낀다.


밤이 된다.

형광등이 켜진다. 빛이 균일해진다. 그림자가 사라진다. 아까의 분위기는 더 이상 없다. 대신 다른 분위기가 있다. 고요하고 밀폐된 분위기.

민 대리는 마지막 박스를 닫는다.

열 개. 전부 포장했다. 하나도 깨지지 않았다.


그는 창고를 돌아본다.

박스들이 줄지어 있다. 반듯하다. 하지만 민 대리의 눈에는 박스보다 그 사이의 공간이 보인다. 빛이 지나갔던 자리. 그림자가 머물렀던 자리.

내일이면 이 박스들은 배송될 것이다.

누군가의 집에 도착할 것이다. 찻잔이 꺼내질 것이다.

민 대리는 그 장면을 상상하지 않는다. 너무 먼 이야기다.


그는 창고 문을 나선다.

바깥공기가 습하다. 비가 왔던 모양이다. 바닥에 물웅덩이가 있다. 가로등 빛이 그 위에 비친다. 흔들린다.

민 대리는 잠시 그것을 본다.

그리고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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