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편 쇼팽
이 팀장은 새벽 1시에 창고를 연다.
불을 켠다. 형광등이 깜빡이다가 켜진다. 창고는 비어 있다. 낮에 북적이던 소리들이 전부 사라졌다. 남은 것은 냉동고의 웅웅 거림뿐이다.
그는 혼자다.
재고 점검. 그것이 오늘 할 일이다.
이 팀장은 클립보드를 들고 첫 번째 선반으로 간다. 숫자를 센다. 적는다. 다음 선반으로 간다. 다시 센다. 다시 적는다.
아무도 말을 걸지 않는다.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그는 구석 선반 앞에서 멈춘다.
여기에는 오래된 것들이 있다. 유통기한이 가까워진 것들. 팔리지 않은 것들. 누구도 집어 들지 않은 것들.
이 팀장은 그것들을 하나씩 확인한다. 숫자를 센다. 적는다.
야간 경비원이 커피를 들고 온다.
"팀장님, 새벽에 혼자 있으면 안 심심해요?"
이 팀장은 클립보드에서 눈을 떼지 않고 답한다.
"익숙해."
"저는 너무 조용하면 못 견디겠던데."
"조용해야 숫자가 잘 보여."
경비원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돌아간다. 이 팀장은 다시 혼자가 된다.
그는 생각한다.
이 선반의 물건들. 누군가 주문했지만 찾아가지 않은 것들. 진열되었지만 선택받지 못한 것들. 여기 남아서 먼지를 쌓고 있는 것들.
이것들도 한때는 새것이었다. 누군가의 손에 들릴 줄 알았을 것이다.
이 팀장은 그 숫자를 정확히 적는다. 23개. 틀리지 않게.
새벽 6시.
점검이 끝났다. 이 팀장은 클립보드를 덮는다. 창고를 한 바퀴 돌아본다. 모든 선반을 확인했다. 모든 숫자를 적었다.
아무도 모를 것이다. 이 새벽에 누가 여기서 무엇을 했는지.
하지만 이 팀장은 안다.
그는 불을 끈다.
형광등이 꺼진다. 창고가 다시 어두워진다. 냉동고 소리만 남는다.
이 팀장은 문을 닫고 나온다.
바깥은 아직 어둡다. 해가 뜨려면 한 시간은 더 있어야 한다. 거리에 아무도 없다.
그는 걸어간다.
발소리가 울린다. 자신의 발소리뿐이다.
내일 밤에도 그는 여기 올 것이다. 새벽 1시에. 혼자서. 숫자를 세러.
그것이 그의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