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편 슈베르트
최 씨는 이른 아침, 냉동 창고로 향한다.
문을 열면 찬 공기가 밀려온다. 영하 18도. 숨을 쉬면 입김이 하얗게 피어오른다. 최 씨는 방한복 지퍼를 끝까지 올린다.
그는 안으로 들어간다.
생선 박스가 쌓여 있다.
고등어. 삼치. 갈치. 전부 얼어 있다. 최 씨는 박스를 하나 들어 올린다. 무겁다. 손끝이 시리다. 장갑을 껴도 추위는 스며든다.
그는 박스를 옮긴다. 하나, 둘, 셋.
그는 혼자다.
다른 직원들은 아직 출근 전이다. 냉동 창고는 인기가 없다. 춥고, 무겁고, 외롭기 때문이다. 최 씨가 이 시간에 오는 이유다.
그는 일하면서 흥얼거린다.
무슨 노래인지는 자신도 모른다. 그냥 입에서 나오는 멜로디. 아무도 듣지 않는다. 들을 사람도 없다.
오전 9시.
문이 열리고 다른 직원이 들어온다.
"최 씨, 벌써 여기 있었어요? 안색이 안 좋아 보이는데."
최 씨는 박스를 내려놓고 돌아본다.
"괜찮아요."
"혼자 하면 힘들잖아요."
"익숙해요."
직원은 잠시 최 씨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이고 자기 구역으로 간다. 최 씨는 다시 박스를 든다.
그는 생각한다.
이 창고는 넓다. 박스는 많다. 하루 종일 옮겨도 내일이면 다시 쌓여 있다. 끝이 없다.
하지만 그래서 어떤가.
걷는 것이다. 그냥 걷는 것이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박스 하나, 또 박스 하나. 그것뿐이다.
오후가 된다.
창고 문이 열릴 때마다 바깥공기가 잠시 들어온다. 따뜻하다. 최 씨는 그 순간을 느낀다. 금방 사라지는 온기.
그리고 다시 문이 닫힌다. 다시 춥다.
오후 5시.
마지막 박스를 제자리에 놓는다. 최 씨는 손을 호호 분다. 손끝이 저리다. 하루 종일 얼어 있었다.
그는 창고를 돌아본다.
박스들이 정렬되어 있다. 내일이면 또 흐트러질 것이다. 다시 옮겨야 할 것이다. 다시 걸어야 할 것이다.
최 씨는 문을 열고 나온다.
바깥공기가 따뜻하게 느껴진다. 실제로는 춥다. 12월이다. 하지만 냉동 창고보다는 따뜻하다.
그는 걷는다.
내일도 올 것이다. 모레도. 그다음 날도.
걷는 것이다. 그냥 걷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