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창고를 주제로 한 상생교향곡
제2악장-음악

제7편 차이코프스키

by 신동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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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엉망이 된 선반을 위한 행진곡


강 주임은 밤 9시에 출근한다.

창고 조명이 어둡다. 절반은 꺼져 있다. 야간이라 그렇다. 강 주임은 개의치 않는다. 어두운 쪽이 낫다. 집중이 된다.

그는 오늘의 구역을 본다.


엉망이다.

낮 근무조가 급하게 처리하고 간 흔적. 박스가 뒤섞여 있다. 라벨이 안 맞는 것들. 잘못 놓인 것들. 찾으려면 시간이 걸릴 것들.

강 주임은 장갑을 낀다.


그는 빠르게 움직인다.

박스를 들어 올린다. 라벨을 확인한다. 아니다. 내려놓는다. 다른 박스. 확인한다. 이것도 아니다.

다음. 다음. 다음.

그의 동작이 거칠어진다. 박스를 옮기는 소리가 커진다.

쿵. 쿵. 쿵.


동료가 다가온다.

"강 주임, 천천히 해. 다칠라."

강 주임은 멈추지 않는다.

"시간 없어."

"새벽까지 하면 되잖아."

"지금 안 하면 못 해."

그는 다시 박스를 든다. 동료는 잠시 보다가 고개를 젓고 물러난다.


자정이 넘는다.

강 주임의 셔츠가 땀에 젖었다. 숨이 거칠다. 하지만 손은 멈추지 않는다.

그는 생각한다.

왜 이렇게까지 하는가. 월급이 더 나오는 것도 아니다. 칭찬받는 것도 아니다. 내일이면 또 엉망이 될 것이다. 낮 근무조가 또 흐트러뜨릴 것이다.

그런데도 멈출 수가 없다.


새벽 5시.

마지막 박스를 제자리에 놓는다.

강 주임은 뒤로 물러선다. 숨을 고른다. 심장이 빠르게 뛴다.

그는 자신이 정리한 구역을 본다.

반듯하다. 라벨이 맞다. 순서가 맞다. 찾기 쉽다. 아침에 올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밤새 여기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하지만 강 주임은 안다.


그는 땀을 닦는다.

손이 떨린다. 지쳤다. 하지만 나쁘지 않은 떨림이다. 다 쏟아낸 뒤의 떨림이다.


강 주임은 창고 문을 나선다.

바깥공기가 차갑다. 새벽이다. 거리에 아무도 없다.

그는 걷는다.

내일 밤에도 올 것이다. 또 엉망이 되어 있을 것이다. 또 싸울 것이다.

그래도 괜찮다.

싸우는 것이 그의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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