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편 칸트
밤 12시 30분. 창고가 비었다.
박 과장은 퇴근 준비를 마쳤다. 가방을 챙겼다. 카드를 찍으러 가는 길이다.
마지막 순찰. 습관이다. 가면서 한 바퀴 돈다.
라면 코너 앞에서 멈춘다.
바닥에 얼룩이 있다. 커피 자국. 누군가 흘리고 간 것이다. 작다. 안 보면 모를 정도다.
박 과장은 그것을 본다.
그는 생각한다.
그냥 갈 수 있다. 다음 조가 치울 것이다. 아침에 청소 당번이 있다. 내 일이 아니다.
시계를 본다. 12시 35분. 늦었다. 집에 가야 한다.
그는 다시 얼룩을 본다.
그리고 생각한다.
만약 내가 이걸 보고 그냥 간다면. 다음 사람도 그냥 갈 것이다. 그다음 사람도. 아침이 되면 얼룩이 굳어 있을 것이다.
'나는 괜찮고 남이 치워라'가 규칙이 된다면. 창고는 엉망이 될 것이다.
박 과장은 가방을 내려놓는다.
청소 도구함으로 간다. 걸레를 꺼낸다. 다시 돌아온다.
무릎을 꿇는다. 닦는다. 깨끗해질 때까지.
일어선다.
선반을 본다. 라면 박스 하나가 삐져나와 있다. 1센티미터도 안 된다. 아무도 모를 것이다.
그는 손을 뻗어 밀어 넣는다. 반듯하게.
감시 카메라가 돌아간다.
박 과장은 카메라를 보지 않는다. 카메라를 위해 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생각한다.
왜 이걸 하는가. 월급이 더 나오지 않는다. 칭찬받지도 않는다.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이유가 아니다.
해야 하기 때문에 한다. 옳기 때문에 한다. 다른 이유는 필요 없다.
새벽 1시.
박 과장은 문을 닫는다.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창고는 깨끗하다. 정돈되어 있다. 아무도 모른다. 알 필요도 없다.
그는 집으로 간다.
내일 아침 출근하는 사람은 깨끗한 창고를 볼 것이다. 당연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원래 그런 거라고.
박 과장은 괜찮다.
그가 한 일은 알려지기 위한 것이 아니다.
해야 할 일이었기 때문에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