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편 니체
오후 5시. 창고 안.
이 직원은 박스를 들어 올린다. 생수 24개들이. 24킬로그램. 어깨에 얹는다. 옮긴다. 내려놓는다. 돌아온다. 다시 든다.
온몸이 욱신거린다. 아침부터 이 동작을 반복했다.
동료가 옆에서 한숨을 쉰다.
"아, 진짜. 이거 백 번 하면 정규직 시켜준대도 안 하겠다."
이 직원은 박스를 내려놓으며 묻는다.
"왜요?"
"왜긴. 재미없고, 힘들고, 내일 또 해야 하잖아."
이 직원은 잠시 멈춘다.
"내일 또 하는 게 왜 싫어요?"
동료가 황당한 표정을 짓는다.
"이봐. 이 같은 일을 매일 한다고. 끔찍하지 않아?"
이 직원은 다시 박스를 든다.
"아니요."
"뭐?"
"끔찍하지 않아요."
그는 박스를 어깨에 얹으며 말한다.
"내일도 들 거예요. 모레도. 그다음 날도."
"미쳤어?"
"오늘보다 더 잘 들 거예요."
동료는 고개를 젓고 간다. 이 직원은 신경 쓰지 않는다.
그는 생각한다.
이 박스는 무겁다. 내일도 무거울 것이다. 영원히 무거울 것이다.
하지만 그래서 어떤가.
피하면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도망치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무거운 것은 무겁다. 반복되는 것은 반복된다.
그렇다면 선택은 두 가지다.
무거움을 원망하며 드는 것. 무거움을 받아들이고 드는 것.
그는 후자를 선택한다.
저녁 7시.
마지막 박스를 내려놓는다. 이 직원은 텅 빈 팔레트를 본다.
내일 아침이면 다시 채워질 것이다. 다시 옮겨야 할 것이다. 다시 무거울 것이다.
그는 땀을 닦는다.
괜찮다.
내일도 들 것이다. 더 잘 들 것이다.
이 무게가 자신의 무게이기 때문이다.
피하지 않을 것이다. 원망하지 않을 것이다. 그냥 들 것이다.
이 직원은 창고를 나선다.
발걸음이 무겁다. 하지만 무겁기 때문에 느끼는 것이 있다.
오늘 하루,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