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창고를 주제로 한 상생교향곡
제4악장-영화감독

제1편 크리스토퍼 놀란

by 신동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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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선반에 쌓인 타임라인


밤 11시. 창고.

박 대리가 손목시계를 본다. 납품 마감까지 72시간. 하지만 지금 당장 찾아야 할 것이 있다.

10월 22일 자 김치. 유통기한이 코앞이다. 3시간 안에 찾아서 내보내야 한다.

문제는 어디 있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신입 이 사원이 묻는다.

"팀장님, 새로 들어온 것부터 하면 안 돼요? 앞에 다 쌓여 있는데."

박 대리가 고개를 젓는다.

"새 건 급하지 않아. 오래된 게 급해."

"근데 오래된 건 어디 있어요?"

"안쪽이야. 벽 쪽."


이 사원이 선반을 본다.

앞에는 11월 것들이 쌓여 있다. 그 뒤에 10월 것이 있다. 더 뒤에 9월 것이 있을 수도 있다.

시간이 층층이 쌓여 있다.


박 대리가 지게차에 오른다.

"비켜."

포크가 올라간다. 첫 번째 팔레트를 들어 옆으로 옮긴다. 11월 15일. 아니다.

두 번째 팔레트. 11월 8일. 아니다.

세 번째. 10월 30일. 가까워지고 있다.


이 사원이 옆에서 본다.

앞에 있던 것들이 옆으로 빠진다. 뒤에 있던 것들이 앞으로 나온다. 새것이 빠지고 오래된 것이 나타난다.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것 같다.


네 번째 팔레트.

박 대리가 멈춘다.

"저거다."

이 사원이 달려간다. 박스를 확인한다. 10월 22일.

"찾았어요!"


박 대리가 지게차에서 내린다.

"빨리 빼. 내일 첫 차에 실어야 해."

이 사원이 카트를 끌고 온다. 박스를 옮긴다.


새벽 1시.

10월 22일 자 김치가 출고 구역에 놓였다. 내일 아침 트럭에 실린다. 유통기한 전에 나간다.

박 대리가 시계를 본다. 2시간 걸렸다.


이 사원이 묻는다.

"팀장님, 왜 이렇게 복잡해요? 그냥 순서대로 넣으면 안 돼요?"

박 대리가 답한다.

"순서대로 넣어. 근데 꺼낼 때는 거꾸로 꺼내야 해."

"헷갈려요."

"익숙해져야 해. 여기선 시간이 뒤섞여 있어."


그는 선반을 본다.

앞에 새것. 뒤에 오래된 것. 위에 최근 것. 아래에 예전 것.

시간이 공간에 쌓여 있다.


박 대리가 말한다.

"창고 일은 시간 싸움이야. 오래된 걸 찾아서 먼저 내보내는 거야. 매일 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거지."


이 사원은 고개를 끄덕인다.

아직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오늘 본 것은 기억한다.

앞에서 뒤로. 새것에서 오래된 것으로. 현재에서 과거로.


박 대리가 지게차 키를 주머니에 넣는다.

"내일 또 찾아야 할 거야. 9월 것도 어딘가 있을 거거든."

그는 창고 안쪽을 본다.

거기, 어둠 속에, 더 오래된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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