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편 스탠리큐브릭
제목: 복도의 끝
새벽 2시. 창고.
야간 경비 최 씨가 복도를 걷는다. 형광등이 일정한 간격으로 켜져 있다. 3미터마다 하나. 빛과 그림자가 반복된다. 빛. 그림자. 빛. 그림자.
그의 발소리가 울린다. 똑. 똑. 똑.
창고에는 아무도 없다.
그는 매일 밤 이 복도를 걷는다.
왼쪽 선반. 오른쪽 선반. 끝이 보이지 않는다. 걸어도 걸어도 같은 풍경이다. 선반. 박스. 형광등. 선반. 박스. 형광등.
최 씨는 생각한다.
이 복도에 끝이 있는가.
냉동고 문 앞에서 멈춘다.
스테인리스 문. 차갑다. 손잡이에 손을 댄다. 망설인다.
문 너머에서 웅웅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압축기 소리다. 기계음이다. 알고 있다.
하지만 오늘 밤은 다르게 들린다.
그는 문을 연다.
찬 공기가 밀려온다. 영하 20도. 숨이 하얗게 나온다.
안으로 들어간다.
냉동고 안.
박스가 벽을 이루고 있다. 천장까지. 완벽하게 쌓여 있다. 틈이 없다. 하나의 덩어리처럼 보인다.
최 씨는 그것을 본다.
그는 생각한다.
이 박스들은 누가 쌓았는가. 언제 쌓았는가. 왜 이렇게 완벽한가.
대답은 없다. 박스는 침묵한다.
그는 손을 뻗는다.
박스 하나를 만진다. 차갑다. 단단하다. 움직이지 않는다.
그는 밀어 본다. 꿈쩍도 하지 않는다.
불안이 스민다.
이유를 모르겠다. 그냥 불안하다.
이 완벽한 질서가. 이 차가운 정적이. 이 끝없는 반복이.
그는 뒤로 물러선다.
문 쪽으로 간다. 문을 연다. 나온다. 문을 닫는다.
다시 복도.
형광등. 선반. 박스. 형광등. 선반. 박스.
최 씨는 걷는다. 똑. 똑. 똑.
그는 생각한다.
내일 밤에도 이 복도를 걸을 것이다. 모레 밤에도. 그다음 밤에도.
같은 복도를. 같은 형광등 아래를. 같은 발소리를 내며.
복도 끝이 보인다.
출구다. 빨간 비상등이 켜져 있다.
EXIT.
최 씨는 그것을 향해 걷는다.
하지만 걸어도 가까워지지 않는 것 같다.
형광등. 선반. 박스. 형광등. 선반. 박스.
똑. 똑. 똑.
새벽 3시.
최 씨는 여전히 걷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