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한 감정은 삽시간에 새끼를 친다.
그리고 내 옆에 사람도 친다.
오늘도 그랬다. 시작은 정말 미미한 것이었다. 어제 별 수확 없이 아웃렛을 다녀와서 여름휴가 때 입을 옷을 인터넷으로 고르려고 했다. 나에게 어울릴 것 같은 옷이 뭔지도 모르겠고, 입고 싶은 스타일이 있어도 나에게 맞을지 자신도 없더라.
인스타를 열었다. 나와 체형이 비슷해 보이는 사람들의 코디를 참고하려던 거였다. 괜찮아 보이는 옷을 몇 개 발견했는데, 정보가 없어서 또 한참을 시간을 썼다.
29cm 앱을 켰다. 옷은 1000여 개나 되는데 어떤 건 질이 나빠 보이고 어떤 건 가격이 너무 셌다. 패션의 피읖도 모르지만 개똥 같은 철학이 있다. 입어보지도 못하는데 인터넷에서 너무 비싼 걸 사지 말 것. 반품 싫어.
이때부터였다. 탁한 감정이 스멀스멀.
입이 댓 발 튀어나온 내게 남편은 자기가 다 반품해줄 테니까 아무거나 막 시켜보라고 했다. 분명 고마운 격려인데, 속에서 일어난 열불이 거기로 뻗쳤다.
돈 없어!
진짜로 돈이 없었다.
엄밀히 말하면 내 기준에서, 내 예산에서, 여름 바캉스룩에 그만큼이나 소비할 돈이 없는 거다.
챗지피티가 나에게 경고했는데. 마음속 감독관 소환을 멈추고 좀 널널하게 살라고. 근데 또 그놈의 감독관이 불쑥 튀어나왔다.
야 네가 지금 휴가 간다고 원피스에 그 돈을 태우는 게 말이나 되니. 살을 우선 빼라. 집에 좋은 옷 많잖아. 살 빼서 예쁘게 입어보는 게 어떻겠니. 그니까 내일부터 운동하고 식단하고 물 2리터 마시고.... ㄴㅌㅌ어우아랄너ㅓ눚어아라리갸ㅏ
속에서 또 지랄이다.
속에서 쳐대는 지랄을 결국 또 옆에 있는 남편한테 내놓았다.
돈 없다고. 나한테 맞는 옷도 없다고.
그냥 나는 거지고 돼지야. 자기가 뭘 알아.
남편이 나를 제일 잘 알아준다. 그걸 아는데도 저렇게 말을 했다.
감정은 더욱 더러워졌고, 걷잡기가 어려워졌다. 결국 회피인지 도피인지 모를 마음으로 폰만 들었다 놨다 그랬다.
수유를 하면서도 계속 옷을 찾고, 갑자기 다이어트 영상을 봤다가, 부자가 되는 법을 읽었다가.
또 또 혼자 소리 없이, 맹렬히 용천지랄을 쳤다.
그런 내게 남편은 말했다.
“그거 그만 보고 우리 아기 봐. 우리 아기 예뻐.”
우리 아기는 정말 예쁘지. 그래 예뻐.
예쁜 우리 아기 보면서 마음 풀으라는 소리였을 거다. 근데 그 말에 제대로 긁혀버렸다.
속으로 생각했다.
그래 나는 돼지고 거지고 아기 젖 먹이면서 폰만 보는 버러지다.
남편은 잘못한 게 하나 없는데, 남편이 미웠다. 나 스스로가 미웠던 건데, 눈앞에 남편을 나라고 여겼나 보다.
어떻게 옷 하나 고르려다가 돼지에 거지에 버러지까지 되지.
탁한 감정은 이렇게나 무섭다.
되도록 빨리 걷어내야 하고, 정 안되면 일단 어딘가에 잠시 갖다 두고 슬쩍 도망쳐 와야 한다.
남편에게 사과를 하려고 했는데, 먼저 잠들었다. 내일 아침엔 꼭 미안하다고 해야지. 고맙다고도 하고 사실은 아주 많이 사랑한다고도 말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