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by 연우

우리 아기 태명은 ‘세상이’였다. 세상에 온 걸 환영한다고, ‘우리의 새로운 세상’이라는 의미로 그렇게 지었다.

아이는 정말 새로운 세상이다. 내 세상에 훅 들어와 자기 세상을 하나씩 키워가는 또 하나의 세상. 어느 모바일 게임에서처럼, 넓은 땅에 뚝딱뚝딱 밭도 갈고, 나무도 심고, 집도 짓는 것 같이. 우리 아기가 제 세상을 무럭무럭 키워나가는 게 느껴진다. 요 며칠 생김새도 달라지고, 처음 듣는 소리도 내고, 다리에 힘을 주며 일어서려고도 한다. 내가 잘한 것이 딱히 없는 것 같은데, 아기는 저 알아서 잘 자라고 있다.


세상이를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너무 작았다. 자칫하면 꼭 꺼트릴 수도 있겠다 싶을 만큼 작고 여린 세상. 그래서 내 세상에 있는 것을 모두 끌어다가 지켜주고 돌보게 된다.


그때보다 암만 자랐어도, 아기는 여전히 연약하고 작은 세상이다. 그래서 내 세상 안에서 앞으로 얼마간은 키워갈 세상이다.


어느 날 엄마의 세상이 비좁아서 더는 안 되겠다고, 제 세상을 들고 밖으로 나가는 날이 온단다. 반드시 온다고 했다.


그때까지.

세상이가 자기의 세상을 잘 길러내고, 여러 세상들을 만나며 또 잘 살아갈 수 있을 때까지.


나는 나의 세상도, 아기의 세상도 잘 가꾸고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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